당신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어떻습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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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진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지금부터 욕설이나 은어를 쓰지 않고 말해 보세요.’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친구들과 신나게 대화하던 학생들은 온 데간데없고 말문이 자꾸 막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화면에 그려진다. ‘와, 저 정도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공익광고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은 어떻습니까”하고 묻는다. 이 물음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요즘은 거리를 지나다 보면 초등학생도 모자라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거나 은어를 심하게 사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일이 많다. 예전에 비해 욕설이나 은어를 사용하는 최소 연령층이 낮아진 것 같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욕설이나 은어가 대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올바른 한글에 대한 무관심이 우리 사회에 쌓이고 쌓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한글도 아니고, ‘한글’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이 무관심의 결과로 욕설과 은어의 남용뿐 아니라 외국어·외래어의 남용, 띄어쓰기나 받침을 잘 모른다거나 번역투를 그대로 쓰는 일, 외래어를 우리 고유어로 잘못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외국어와 외래어가 많이 들어오면서 이를 우리말로 순화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지만, 노력에 비해 바뀐 말이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 올바른 우리말을 쓰려는 열정이 없는 것도 이런 사태에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늘 말하고 듣고 쓰는 한글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영어에 쏟아붓는 애정과 관심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다.

영어 스펠링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기 위해 외우고 또 외우지만 우리말은 받침이 맞는지 아닌지 신경도 쓰지 않고, 영어문법 공부에는 열을 올리면서 우리말 문법공부에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요즘의 우리는 국어사전보다는 영어사전을 훨씬 더 자주 찾는다. 모국어인 한글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면서 영어문법, 어휘에 대한 지식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의 한글의 위태로운 입지를 잘 드러내주는 안타까운 사례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대중가요의 노랫말이다. 그놈의 ‘베이비’가 어찌나 많은지, 분명히 우리나라 가수가 부르고 있는 데도 귀에 들어오는 한글은 몇 마디 되지 않는 노래가 수두룩하다. 대중가요 가운데 외국어 가사가 한 마디도 들어가지 않는 노래는 한 손에 꼽아도 손가락이 남을 것이다. 대중문화는 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게 마련인데, 이 정도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외래어에 물들어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물론 세계화의 영향 등으로 사회가 많이 변했고, 그에 발맞춰 언어생활도 어느 정도 변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물들어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이자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키며 표현과 소통의 도구가 되어준 우리말의 본모습과 쓰임을 잊어버리는 부끄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 어색하거나 조금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욕설이나 은어, 외래어 대신 바르고 고운 우리말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름다운 우리말의 미래가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신소진·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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