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국화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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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입동(立冬)을 지나 계절은 이제 한겨울을 향해 치닫는다. 산과 들을 붉고 노랗게 물들였던 단풍은 낙엽되어 이리저리 뒹군다. 스산한 바람에 옷깃을 세운다. 단풍이 진 뒷자락에 구절초가 피어 가는 계절을 붙잡고 있다.

▶지금은 국화의 계절이다. 국화는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피는 꽃이다. 찬 이슬 꽃잎에 함초롬히 머금고 고운 자태를 드러내는 꽃이다. 간난을 겪은 후 소담스럽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꽃이다. 옛 사람들이 닮고 싶어하는 꽃이었다. 무궁화만큼이나 우리 민족성과 닮은 꽃이기도 하다.

▶1993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인의 강인성과 인고(忍苦)를 국화꽃에 비유했다. 그는 “한국인은 먹구름 속 천둥처럼 울어가며 무서리와 불면의 밤을 이겨내고 피어난 국화꽃”이라고 말했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인용하며 “한국 국민은 정말 자랑스럽게 활짝 피었다”고 격찬했다.

▶도내 곳곳에서 국화 전시회가 한창이다. 온실재배로 온갖 모양을 연출한 국화꽃이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굳이 매난국죽(梅蘭菊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모습에서 기품이 묻어난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추위가 매서울 것이라고 한다. 국화꽃이 지면 무서리가 내리고 고향집 싸리문에 함박눈이 쌓인다. 이쯤해서 김장준비도 서둘러야 하는데 채소값이 만만찮다. 가는 계절 붙잡을 수 없으니 국화꽃 전시회나 즐겨보면 어떨까. 그도 모자라면 구절초 흐드러지게 핀 산과 계곡을 찾는 멋도 괜찮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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