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과 성매매에 대한 통념깨기
성폭력과 성매매에 대한 통념깨기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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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예방 또는 추방하기 위해 각 학교와 직장 등을 찾아서 성교육을 하거나 캠페인을 통해서 인식 개선사업을 하기도 한다. 그런 사업들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의 의식을 바꾸는 작업인데, 이를 위해 우리는 성폭력과 성매매에 대한 통념을 깨는 작업부터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통념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성폭력 발생에는 피해자에게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피해자 유발론, 성폭력은 정신이상이거나 변태 성욕자 몇몇에 의해 일어난다는 생각, 조직이나 모임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면 성적인 농담이나 가벼운 접촉이 필요하다는 생각, 성폭력은 남자들의 억제할 수 없는 충동 때문에 우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생각, 성매매는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 성매매를 금지하면 성폭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 결혼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남성들의 성욕 해소를 위한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들이 그것이다.

캠페인이나 성교육에서 이러한 통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반박이 많은 것이 성폭력 발생에는 피해자에게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과 결혼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남성들의 성욕 해소를 위한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성폭력 책임의 일단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통념에는 피해자가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정말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태도가 성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인가? 우리는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어쨌길래 그런 피해를 당했는가 하고 묻지 않는다. 범죄란 가해자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런 시각에서 범죄를 해석한다. 그런데 유독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의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행동과 태도, 심지어는 사생활을 의심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쉽게 피해자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이차 가해를 저지르게 된다.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언행에 자극을 받을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므로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다. 공격욕이든 성욕이든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 상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든 가해자가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범죄 행동을 했다면 그 책임은 분명히 가해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구만을 충족시키려 하는 자신의 욕구 중심성의 문제이지 피해자 유발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유발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매매업소가 결혼시장에서도 배제되는 저소득층 남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남성의 성욕은 억제할 수 없는 것이어서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진정 그러한가? 성욕과 성적인 행위를 관장하는 곳은 뇌라고 이야기한다. 뇌가 성적인 행동을 관장한다면 성욕은 얼마든지 제어가 가능하고, 다른 행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성매매를 통해서 성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남성의 성적 행동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성 인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결혼시장에서 배제되는 저소득층 남성들을 위한 길은 성매매업소를 존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남성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고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사회가 해야 할 복지를 외면하고 개인 남성들에게 자신의 성욕을 해소할 길을 찾게 하여 사회적 약자인 이 남성들이 자신보다 더 취약한 사회적 약자인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하게 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들은 많다.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서 자유로운 사회, 성범죄가 없는 사회가 되려면 이러한 통념을 깨는 작업이 곳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강문순·진주여성민우회 부설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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