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富者). 장수(長壽). 고관(高官)
부자(富者). 장수(長壽). 고관(高官)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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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사람이면 누구나 부자와 장수 그리고 고관대작을 부러워할 것이다. 돈이 많으면 처녀 불알도 볼 수 있고 염라대왕 문서도 고칠 수 있으며, 오래 살면 역시 시간이 남아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금상첨화라듯이 돈이 많고 많은 데다가 높고 귀한 벼슬에서 오래도록 생존한다면 그밖에 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런데 돈이 많은 것과 오래 사는 것 중에서 무엇이 좋을까. 만약에 고관(高官)의 자리까지 보태어 그 중 하나만 가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셋 중 내 몫이 한 개라면 어느 누구라도 고민하고 망설일 것이다. 세상사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진득한 몸가짐으로 길게 생각하고, 곱고 평정한 마음으로 바르게 살아가면 정답이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기반(碁盤)이 눈앞에 나타난다. 인생 만사가 죽마고우나 피를 나눈 형제라도 사각줄의 대국처럼 꼬이고 얽혀 있다. 흑이 아니면 백으로 갈라진 더러운 무리들의 편싸움, 치고받고 유인하고 그러다가 잡히고 잡아먹고, 상대의 허점만 노리다가 한고비 축으로 공격하는 무자비한 현실이다.

삼대 부자 없고 권불십년이라 했다. 부자가 별것인가. 고관이 영원한가. 제아무리 고대광실 금궤속인들 수명이 짧으면 모두가 유명무실이요 부운(浮雲)이 되고 만다. 숨쉬는 동물이 어디를 가지 않으랴. 초가삼간 기울어도 사지를 뻗을 수 있는 구들목이 진짜 안식처이다. 굶어도 내 식탁이 좋고, 벗어도 내방이 명당이고 편하기만 하다.

누가 뭐래도 건강이 제일이요 장수가 삶의 목적임에 틀림없다. 병든 제왕보다 건장한 구두 수선공이 낫고, 삼정승 부러워할 것 없이 내 한 몸 튼튼해야 전부를 가지는 것이다. 백년을 부귀영화로 누린들 인생은 호접지몽(胡蝶之夢)이요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성공과 행복의 척도는 마음 속에 달려 있다. 자동차 조수가 개인택시 마련하고, 미용사 자격 따서 미용실 개업하는가 하면, 사글셋방 전전하다 부엌 한 칸, 방 한 칸 내 집 하나 장만하면 하늘을 날아갈 듯 행복하고 성공한 것 아닌가. 사랑은 미움 뒤에 더 강렬해지듯이 사람은 낮은 데 살아본 뒤에라야 높은 데 올라감이 위험한 줄 알게 되고, 어두운 데 있어본 뒤라야 밝은 빛이 눈부심을 알게 된다. 문득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워도 그 속에 낙이 도사린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제아무리 부하고 귀한 자라도 오래 사는 사람에게는 당하지를 못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고 견리사의(見利思義)라고 했으니, 소다리 뜯는 부자보다 새다리 씹는 빈자의 가슴이 더 따뜻하다. 장수의 길은 오직 탐욕을 버리는 대신 정직과 안분지족임을 명심해야겠다.

/수필가·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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