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아닌, 친구 같은 소방관 되고싶어"
"영웅 아닌, 친구 같은 소방관 되고싶어"
  • 곽동민
  • 승인 2012.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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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차 베테랑 구조대원, 김대일 소방장
신이시여, 출동이 걸렸을 때.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할 때. 연기는 진하고생명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내가 준비 되게 하소서. - 어느 소방관의 기도 中


며칠 전 인천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대형 의류창고 지하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한 소방관의 이야기. 5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화재 현장에 혹시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구출하려 한발짝 더 나아가다 숨진 그는 생전 기부와 봉사활동을 직업처럼 알던 사람이었다고….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그들의 희생과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얼마나 진실된지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남을 위해 1년 365일을 살아가는 소방관들이 있다. 진주소방서 김대일 소방장 역시 그런 사람이다.

올해로 13년차 구조대원으로 활동중인 김대일 소방장은 벌써 13년차 베테랑 구조대원이지만 그 역시 스스로 죄책감이 느껴질 만큼 잊지 못할 가슴아픈 기억이 있다.

소방관이 된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바로 그것. 당시 마산에서 근무했던 그는 경남대학교 앞 지하노래방에 물이 들어차 학생 여럿이 빠져 나오지 못한 현장에 스쿠버 장비를 메고 출동했었다. 그는 길목을 가로막은 통나무와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어둠 탓에 접근하기조차 힘겨웠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내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땐 무척 안타깝다”며 “당시 물을 빼는데만 3일이 걸렸다. 구조를 기다리는 분들이 분명히 저곳에 계신데,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했던 그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아픔을 잘 견뎌냈기 때문일까. 김 소방장은 두 아이와 아내에게 든든한 나무같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김 소방장은 “아이들이 아빠가 소방관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줄 땐 정말 뭉클하다”며 “동네 주민분들도 자잘한 부탁들을 많이 하시는데 쑥쓰럽지만 작은 일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을 때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맨 같은 소방관보다는 우리 동네 할머니를 잘 보살펴드리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은 “장롱 위에 있던 무거운 가방을 내리다 가방에 깔려 옴짝달싹 못하는 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가방을 옮겨드린 적이 있다”며 “나에게 그 가방은 그리 무겁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옆으로 미는 것조차 힘겨우셨다. 앞으로도 그런 분들을 많이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와드린 일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으니 구조해 드리지 못해 후회하는 일 만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영웅이 아닌 친구 같은 소방관으로, 언제든지 작은 도움의 손길을 건네드릴 수 있는 소방관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글=곽동민기자·사진=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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