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에게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에게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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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국립경상대학교 총장)
이제 막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에게 먼저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대학수학 능력시험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을 생각한다면, 열아홉의 나이에 치러야 하는 이 시험은 결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수능시험을 향해 전력질주하여 왔습니다. 그러므로 고3 수험생들이 맞이하게 될 해방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며, 성적과 상관없이 허탈감에 젖는 학생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는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치열하게 고민하여 선택해야 할 대학의 총장으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내가 속한 공동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부모님, 선생님 또는 동네 어르신, 선배나 친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부모가 아니었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그저 하나의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고등학생 시절 늘 내 곁에서 나의 편이 되어 지지하고 성원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감정일 것입니다. 나를 가치있게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요구하고 있는 ‘인성교육이 바르게 된 인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입니다.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조금 여유로워진 요즘 주윗분들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수능시험의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분출되는 에너지를 여행과 독서와 같이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내년 3월 자신이 선택한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100일 이상의 기간이 남았습니다. 저는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학생활이 달라지고, 인생조차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험생 여러분에게 조금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여행과 독서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여행은 내 삶의 물리적 테두리를 넓혀 나가는 과정입니다. 독서는 내 가치관의 질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여행입니다. 여행과 독서를 통해 지금까지 미처 가보지 못한 세계와 조우할 수 있을 것이고 나의 새로운 스승을 만나기도 할 것이며 전혀 다른 사람으로 성숙해 있는 나를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행이 위대한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하여 자아성숙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독서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인류역사의 성현을 만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셋째, 진로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적성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조금 현실적인 대학선택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학 학과를 자신의 적성에 맞게 선택한 학생이 대학생활도 더 열심히 하고 공부도 잘하며 졸업 후 원하는 직장으로 가게 됩니다. 가고 싶은 대학을 먼저 정하지 말고, 자기가 가고 싶은 학과 또는 전공이 가장 잘 특성화되어 있는 대학을 찾는 게 순서입니다. 가령 경상대학교는 생명과학, 기계항공공학, 나노신소재 분야 특성화 성공 대학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과학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멀리 있는 대학보다 가까이에 이 분야를 특성화하여 집중 육성하는 대학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대학 입학 후 또는 졸업할 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흔히 수능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은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와 밝은 햇살을 만나는 것과 같은 해방감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대학에서의 낭만과 자유에 대해 가슴 설레어 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학문탐구와 인생공부는 대학에서 하는 것입니다. 비로소 자신의 인생설계를 시작하는 곳도, 폭넓은 대인관계와 깊이 있는 학문연구를 시작하는 곳도 바로 대학입니다. 지금부터 ‘대학(大學)’의 뜻을 차분히 생각해 보면서 냉철한 이성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설계하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자신의 장래를 위하여 투자할 수 있는 자기절제의 능력을 함양하기 바랍니다. 수험생과 학부모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권순기ㆍ국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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