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나가사키"…강제징병 일기 공개
"악마 나가사키"…강제징병 일기 공개
  • 연합뉴스
  • 승인 201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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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소송자료 공개
“악마 나가사키”..강제징병 일기 공개 (재송)

김순길씨 일기 복사본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김순길씨 일기 복사본
“생명이 계속하면 추억도 새롭게 일어날 불망(不忘. 잊을 수 없는)의 날이며 조선독립의 기원일이다. 악마 나가사키로부터 귀국의 도(途. 귀국길에 오른 것)는 8월 12일 오후 8시.” (1945년 8월 9일)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돼 일본 나가사키의 미쓰비시조선소에서 일하다 원폭 피해를 당한 고(故) 김순길 씨가 쓴 일기 내용이다.

김 씨는 일기에 자신이 생활했던 나가사키를 ‘악마 나가사키’라고 표현하며 몸서리를 쳤다.

김 씨가 강제징용돼 일본으로 간 것은 1945년 1월 9일이었다.

그는 그해 2월 12일부터 미군의 나가사키 원폭 투하 하루 전날인 8월 8일까지 수첩에 일기를 썼다. 원폭 투하 당일인 8월 9일자 일기는 해방 후 김 씨가 추가한 것이다. 김 씨는 1945년 8월 12일 나가사키를 탈출해 19일 부산에 도착했다고 한다.

일본어로 쓴 일기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비참했던 징용 생활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2월 12일 월요일 맑음. 기다리는 것은 모국의 소식. 금일 소포우편물이 도착했다. 내용물은 대두(콩)와 갈분(칡뿌리를 짓찧어 물에 담근 뒤 가라앉은 앙금을 말린 가루) 혼합 한 되, 양념 대구포 조금, 김 20장.”(2월12일)

“주먹밥 한 개로 배고픔을 달래는 것은 너무 어렵다.”(3월9일)

원폭 투하 하루 전날인 8월8일에 쓴 마지막 일기에서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사쿠라다니 신사 근처의 민가 옆 두덩이에서 대기함. (공습경보) 해제는 12시정도였다. 도시락은 산에서 먹었다.”

김 씨는 1992년 7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조선소를 상대로 원폭피해보상과 미불임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6년여 동안 외로운 투쟁을 벌였으나 1997년 말 패소했으며 항소심이 진행되던 1998년 2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김 씨가 쓴 일기의 복사본을 비롯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소송 자료를 공개한다.

국편은 원폭 피해자와 재판 당시 변호를 맡았던 일본인 변호사 등으로부터 재판 관련 자료를 2005년과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기증받았다.

국편 사료조사실 류준범 편사연구사는 “기증받은 자료는 1972년 한국인에 대한 피폭자 수당 청구소송을 제기한 손진두 씨의 소송 기록을 비롯해 소장, 변론서, 판결문, 증거 자료 등 모두 11건의 소송과 관련된 자료들”이라고 말했다.

자료 목록은 국편 홈페이지(www.history.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자료 전문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태진 국편 위원장은 “197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10여 건에 이르는 재판 과정의 기록들은 ‘식민지’ 과거 청산과 인권의 확장을 위한 지난한 노력이 낳은 역사적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국편은 15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소송의 역사적 의의와 남겨진 과제’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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