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5>가회저수지
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5>가회저수지
  • 이은수
  • 승인 2012.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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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걱정 덜어 '효자 저수지' 경관에 반하면 '힐링캠프'
가회저수지
가회저수지
 
 
합천군 가회면 황매산 깊은 자락의 한켠에 조용히 자리잡은 ‘가회저수지’는 대기마을에 위치해 대기저수지로도 잘알려진 곳이다.

합천엔 황매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모산재가 있다. 이름대로 산을 온통 뒤덮은 바위들이 그야말로 절묘하게 생겼다. 황매산과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모산재. 이곳과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대기저수지의 경치는 어느 누가와도 탄식하지 않을수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나 그 속에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쉼없는 바람, 그리고 산새가 고요히 깃드는 태고의 신비가 있기에 황매산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저마다의 삶엔 제 속도가 있다. 가회저수지는 인생의 길을 찾는 순례자에게 대자연을 통해 그것을 일깨워준다.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은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게 감싸 주는 산소같은 이 곳에서 치유받고 활력을 얻어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간다.

◇멋·운치·테마가 있는 합천여행

요즘 한반도에 힐링(healing·치유)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도시로 떠난 사람들은 마천루에 살며 성공을 꿈꿨다. 하지만 경쟁사회에 내몰리며 상처받은 이들은 다시 고향을 그리워하며 전원의 여유로움이 가득한 산정호수를 찾아 둥글어진 마음을 그려본다.

앞만보고 바쁘게 달려온 시간을 잠시접고 합천으로 향했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한 거리는 가을의 청취가 물씬 묻어나고 있다. 산기슭을 물들인 단풍에 붉어진 가슴은 쿵쿵소리를 내며 고독같은 설레임이 번진다.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이라고는 하나 느낌은 온통 아름다운 것 뿐이다. 남명과 뇌룡정, 내암과 부음정, 무신의거(戊申義擧)와 남명학파, 의병과 3·1만세운동, 가야산과 해인사, 황매산과 영암사, 매화산과 청량사, 황강과 합천호, 한우고기와 표고버섯, 송주(松酒)와 율주(栗酒)가 있는 합천은 멋·운치·테마가 있는 고장이다.

◇삼가에서 남명을 만나다

여정의 첫 목적지로 남명의 외가 동네인 삼가 외토리의 뇌룡정에 들렀다. 뇌룡정은 남명 조식(曺植) 선생이 을묘사직소를 지어 명종에게 올린 유서 깊은 곳으로,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1883년 삼가현 유림(儒林)들이 중건했다. 뇌룡정에 걸려 있는 ‘연묵이뇌성(淵·而雷聲), 시거이용현(尸居而龍見)’ 즉, “깊은 연못처럼 침묵하다가 (때가 되면) 우레처럼 소리를 내고, 시동(尸童)처럼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용처럼 나타난다”는 주련(柱聯)을 통해 남명의 웅대한 기개와 촌철살인의 혜안을 보는 것 같다.

뇌룡정 건너 남명의 생가 터도 명당자리로 볼거리의 하나다. 남명은 47세부터 60세까지 뇌룡정에 기거하면서 내암·수우당·동강 등 기라성 같은 인재를 배출했다. 10㎞ 거리에 있는 남명의 고향이며 증조부모·조부모·부모 묘소가 있는 하판리 지동마을 선산에 들러, 1528년에 남명이 지은 부친 언형(彦亨)의 묘비를 찾아보고, 남명이 6년 간 시묘살이를 한 모습과 의미를 떠 올렸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만세운동(3만여 명 참여)으로 회자되고 있는 삼가 장터 3·1만세운동 진원지를 찾았다. 현재 삼가·쌍백·가회면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기념탑을 건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것은 남명의 고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다. 삼가에 즐비한 한우고기 전문식당에서 질 좋은 쇠고기를 먹어보는 것도 맛깔스러운 여정이다.

◇깨끗한 물과 수려한 산악경관 자랑

쉼없이 산에 오르니 정오의 가을 볕이 따사롭다 못해 뜨겁다. 우리 일행은 모산재 식당에 들렀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평상에 앉으니 늘어진 처마 밑으로 아름다운 저수지가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황금물결을 이뤘던 다랑논의 들판은 추수로 인해 벌써 희어져 여백이 가득한 산수화를 보는 한가함을 선사했다. 우렁된장찌개와 도토리묵에 산촌의 맛갈스런 반찬이 넉넉한 인심만큼이나 푸짐하게 나와 양푼이에 가득담아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었다. 해물파전에 걸죽한 막걸리까지. 고즈넉한 풍경아래 세상 근심이 절로 사라지는구나. 인근에는 저수지가 좋아 자수성가한 한 경영인이 아예 자리를 잡고 터전을 일궜다. 그는 정원에 나무를 심고 텃밭을 정성껏 가꾸며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됐다.

가회저수지는 깨끗한 물과 수려한 산악경관으로 소문이 나있다.

특히 규모가 큰 저수지임에도 주변과 너무도 조화를 잘 이루고 이뤄 불과 10여년전에 세워진 인공못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또한 주변 둘레길 역시 큰장비나 차량이 출입이 제한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저수지 바로위는 황매산 가는 길과 닿아있다. 명경같이 맑은 계곡물을 손바닥에 떠서 마시니 저수지 물이 깨끗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가회저수지는 1986년에 착공하여 1996년에 준공했다. 만수면적은 16.47ha 저수량 192만4000톤을 자랑한다. 대기마을에 저수지가 생기면서 농민들은 비로소 물 걱정을 덜었다. 뿐만 아니라 일제히 경지정리도 하며 문전옥답으로 바뀌었으니 효자저수지란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이에따라 인근지역에는 귀농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남도의회 전문위원을 지낸 조찬용(57·남명선생선양회장)씨는 “공직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다. 합천은 남명을 비롯한 내암 및 남명학파와, 의병과 무신의거와 3·1만세운동, 그리고 풍경과 사람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장”이라며 “산자수명한 곳에서 조식 선생 등 역사적 인물이 남긴 체취를 느끼고 대화하는 여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고 전했다.

◇황매산과 모산재, 그리고 영상테마파크

합천하면 황매산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황매산은 합천의 자랑거리이다. 진홍빛으로 붉게 물드는 전국최대의 철쭉군락지와 전국 제일의 등산코스로 알려진 모산재,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감싸안고 있는 고찰인 영암사지가 자리하고 있는 황매산 군립공원에서는 매년 5월초 황매산철쭉제가 열린다.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이다. 주말에는 오토캠핑객과 등산인파로 300면의 주차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가회저수지에서 합천읍 방면으로 15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황매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신화를 이룬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전투장면을 촬영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서울1945, 영화 바람의 파이터, 만남의 광장과 같은 수 많은 영상물 제작 장소로 활용 되었고 올해는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각시탈이 촬영되었다. 테마파크 내부에는 서울역, 조선총독부, 반도호텔 등 1930년에서 1980년대의 서울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그 시대로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글=이은수기자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머물고 싶은 농촌 만들고파"
 
박배륜 한국농어촌공사 합천지사장
“가회저수지는 깨끗한 물과 수려한 산악경관으로 소문 나있습니다. 최근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이 황매산을 ‘한국에서 가봐야 할 50선’에 지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는데, 저수지 주변에는 영암사까지 산책할 수 있는 데크를 만들었습니다. ”

박배륜 한국농어촌공사 합천지사장은 가회저수지를 잘 가꿔 지역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저수지 명소화 작업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민들에게는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산골짜기의 청정한 저수지 제방에 야생화가 한적하게 피었다. 비록 인공적으로 쌓은 제방이기는 해도 흙으로 덮였으니 잡초가 무성하고 그 속에서 야생화도 얌전하게 더불어 살아간다. “단순한 저수지가 아니라 산책을 할수 있으며 휴식공간 등 지친 마음을 달랠수 있는 고요하고도 자연을 느낄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박 지사장은 힐링캠프의 역할을 역설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곳에 40억원을 투입해 수리시설개보수 사업(여수토 방수로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이렇게 되면 노후된 취수탑 등의 시설이 최신시설로 교체되는 등 주변여견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원화사업·산책로조성 등도 검토중에 있다. 박 지사장은 마지막으로 “농어촌이 풍요로울 때 우리나라의 선진화도 완성된다고 믿는다. 공사는 농어촌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찾아 나갈 계획”이라며 “농·어업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농어촌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feel@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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