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의 재해석
시각의 재해석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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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경상남도교육청 장학관)
“저는 초등학교 삼학년이에요. 시간과 시각의 구별방법 좀 알려주세요?”

“3학년 1학기에 배운 것을 잊어버렸군요. 시각은 ‘어느 한 시점’을 나타냅니다. 시내버스를 9시 25분에 탔다고 하면 9시 25분을 ‘시각’이라 합니다. 또 9시 25분부터 11시 50분까지 시내버스를 탔다고 하면 2시간 25분 동안을 ‘시간’이라 합니다.”

위는 인터넷에서 ‘시간과 시각 구별’이라는 검색어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다. 이 같이 시각은 ‘시점’이며 시간은 시각 사이의 ‘크기’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배운지 얼마 되지 않는 학생이 구별을 못하고 있다. 과연 일반인은 시간과 시각을 알맞게 사용하고 있을까.

시간과 시각의 개념 혼란은 용어의 생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은 생활속에 시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되었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란 말이 있다. 이는 일각을 삼년만큼 여겨져 세월이 더디게 간다는 표현이라 할 것이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에는 일각을 담배 피움으로 비유하곤 하였다. 곰방대에 쌈지 담배를 비벼 넣고 부싯돌을 쳐서 불을 붙여 천천히 빨아 당겨 연기를 내뿜는다. 가끔 손으로 담배를 눌러서 다 피워 담뱃재 터는 과정까지 일각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각은 얼마인가? ‘각’은 동아시아의 전통적 시간 단위로 원래는 하루 길이(1440분)의 1/100, 즉 14분 24초의 크기였는데 시헌력에서는 1일을 100각에서 96각으로 고쳐 하루 24시간의 1/12, 즉 2시간을 시(時)라 하고 시의 1/8, 즉 15분을 일각이라 했다.

시헌력은 서양 신부 탕약방 등이 서양역법을 기초하여 편찬한 청의 역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육(金堉)의 건의를 받아들여 1653년(효종 4)부터 채택하여 1895년 을미개혁 때까지 준용했던 역법이다.

자녀의 이름을 짓거나 글의 제목을 붙일 때 많은 고심을 한다. 이름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고, 제목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선을 사로잡는다. 용어를 결정할 때 누구나 인정하는 기준에 타당해야 할 것이다. 예로써 아주 오래전부터 ‘시(時)’ 또는 ‘각(刻)’은 각각 시간을 나타내 두 글자를 합성하면 시간을 더 강조한다. ‘시점’은 크기가 없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크기가 있는 ‘시각’을 현재는 ‘시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각’이란 용어를 정함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했거나 일제 강점기를 통하여 유입된 일본식 단어인지 합리성이 부족하다.

요즘 TV를 시청하면서 ‘이 시각 주요 뉴스’라는 자막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각’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 학생의 학습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그대로 사회에 활용되어야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시각’의 개념을 교과서적으로 이해하고 사용되어야 교육력을 제고하게 될 것이다. 차후에 오해가 많은 ‘시각’을 ‘시점(時點)’으로 자리매김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명영·경상남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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