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의무교육으로 <2,上>
심폐소생술 의무교육으로 <2,上>
  • 강진성/정원경
  • 승인 201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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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살리는 의술(義術)
20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프로야구 경기. 2루 베이스에 있던 롯데 임수혁이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임수혁은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심장은 다시 뛰었지만 산소결핍증으로 인해 의식이 돌아오지 못했다.

2011년 5월 8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달랐다. 제주의 신영록은 경기종료 직전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임수혁과 같은 급성 심장마비였다. 신영록은 현장에 있던 구급요원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심장은 물론 50일 만에 의식을 찾았다.

뇌사상태로 10년을 병상에서 지냈던 임수혁은 지난 2010년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심폐소생술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안타까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심폐소생술은 심장만 뛰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뇌에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뇌사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내 심정지 환자의 경우 되살아나더라도 3명 중 2명은 뇌 손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빠른 시간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구조대원이 도착해 심장을 뛰게 할 순 있어도 뇌가 죽는 것을 막는 것은 목격자의 몫인 셈이다.

최주원 진주소방서 안전예방과 소방장은 “구급대원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할 경우 심장이 뛰더라도 뇌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목격자가 심폐소생술로 뇌에 산소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은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뇌손상을 막는데 좋다. 4분 이내에 이뤄질 경우 뇌 손상 가능성이 없는 반면 4~6분 사이에 이뤄질 경우 뇌 손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6~10분 사이에 이뤄질 경우 뇌 손상 가능성이 확실하며 10분 이후 이뤄질 경우 심각한 뇌 손상을 입거나 뇌사에 빠진다.

선진국에서는 심폐소생술은 내 가족뿐만 아니라 타인의 목숨을 살리는 ‘의로운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는 건장한 성인이라면 심폐소생술은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는 상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 대부분이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국제대 간호학과 김은희 학과장은 “심폐소생술이 의료진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이 꼭 알아야할 응급처치술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주원 소방장 역시 “타인을 살리고 나 또한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기술인 만큼 학교나 기관에서 제도적인 교육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최근 심폐소생술이 의로운 응급처치술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개정된 ‘응급의료법(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에 따르면 일반국민이 응급처치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서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감면하도록 했다. 최정아 질병관리본부 선임연구원은 “개정된 법안은 일반인이 고의적이거나 중대과실이 아닐경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다 잘못되더라도 구제해 주기 위한 것”이라며 “법으로 보호하는 만큼 위급상황시 응급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성·정원경기자

고임수혁
지난 2000년 경기 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롯데 고 임수혁 선수가 심폐소생술을 제때 받지 못해 뇌사에 빠졌다. 임수혁은 10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지난 2010년 향년 41세로 고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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