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도구인 모바일 게임
소통의 도구인 모바일 게임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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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유혹에 강한 사람이 있을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유혹을 이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예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게임에 빠져들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말을 바꾸면 게임에게 지는 것이기도 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경마, 경륜, 화투, 빠찡코, 마작뿐만 아니라 컴퓨터, 모바일 게임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막강한 힘이 있다. 최근에 등장하여 스마트폰 사용자 1200만명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애니팡이라는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국민게임으로 등극하였고 동시 접속자수가 500만명이라고 한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보았더니 방금 끝난 게임이 아차 실수하는 바람에 낮은 점수를 받은 게 너무 아쉬웠다. 한 번 더 하면 좋은 점수를 분명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로 혹은 세로로 똑같은 모양 세 개 이상을 모으면 팡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는 것이 애니팡이라는 게임이다. 굉장히 쉽고 단순하다. 그래서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가운데 끼워서 세 개로 만들 수도 있고 왼쪽, 오른쪽에 갖다 붙여서 세 개, 네 개를 만들 수도 있다. 더 이상의 사용설명이 필요없다. 문제는 게임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1분 내에 얼마나 터뜨리느냐에 의해 점수가 매겨진다. 그래서 마음이 바빠지고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점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이든 사람들은 연거푸 팡팡 터지는 소리에서 뭔가 시원함을 느낀다.

나랑 카카오톡에서 친구가 되어 있는 분 중에서 애니팡을 하는 경우에는 그들의 점수가 순위별로 나타난다. 누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 수 있어서 재미있다. 그들과 만날 때면 어김없이 애니팡 점수이야기를 하게 된다. 심지어 요즘은 싸이와 애니팡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만나는 사람마다 애니팡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안하고 있는 분들은 주눅이 들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역시 게임이기 때문에 중독증상이 심하다.

첫 번째는 한번 시작하면 최소한 5개의 하트를 모두 사용하게 된다.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안하면 괜히 손해보는 기분이 든다. 두 번째 친구로부터 받은 하트가 없을 경우에는 선물을 받기 위해 열심히 선물을 주게 된다. 내가 보냈는데 되돌아오는 게 없으면 섭섭해한다. 세 번째 다른 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애니팡을 열어서 하트충전을 확인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네 번째 어리버리해서 제대로 못찾고 한참을 헤매다가 마침 터트릴 수 있는 것을 찾았는데 그만 시간이 끝나버린 경우에 느끼는 실망감과 허전함이 극히 심하다.

그런데 하트가 남아 있다면 곧바로 다시 할 수 있지만 하트마저 소진했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몇 십분을 기다리거나 선물이 와야 할 수 있다. 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때는 심각한 중독이라고 봐야 한다. 조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조금 전의 아쉬웠던 게임 장면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이때 계속하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즉 게임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이때가 오히려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애니팡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을 다스리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는 셈이다.

더 적극적으로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집안의 사촌조카, 세대차이가 있는 젊은이들과의 소통과 친근감을 애니팡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이번 추석에 조카들을 만났다. 명절 때에만 만나서 별달리 대화를 나눌 거리가 없었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등록하고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이 애니팡을 하고 있고, 하트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자신과 삼촌의 관계가 무척 가까워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조카로부터 들었다. 요즘은 젊은 청년, 대학생에게 하트를 보내 달라는 농담을 하여도 모두들 재미있게 받아들인다. 횟수를 정해 놓고 자녀들과 함께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모두가 지켜야 하는 생활원칙을 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점석·명예사무총장(창원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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