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약류 관리 '줄줄' 샌다
병원 마약류 관리 '줄줄' 샌다
  • 연합뉴스
  • 승인 201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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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우유주사' 등 사용내역 관리 허술
상당수 병·의원들이 수면유도제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병·의원 마약류 관리 검·경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병·의원의 3분의 2에서 마약류 의약품 관련 불법행위가 확인됐다.

 조사 대상은 기록상 마약류를 많이 취급하거나 최근 사용량이 급증한 수도권 소재 68개 병·의원들로, 식약청·검찰·경찰은 프로포폴을 비롯해 미다졸람, 케타민 등 마취·수면유도·최면·진정제 사용 현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그 결과 44곳에서 처방전 없이 마약류를 투여하거나 내역 관리대장과 실제 사용량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았다.

 ◇의사·병원직원·제약사원, 프로포폴 빼돌려 투약 = 병·의원들의 허술한 마약류 관리 실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터진 마악류 의약품 불법 오·남용 사건 대부분에서 의약품 출처는 병·의원이었고, 해당 기관 종사자들이 불법 반출과 투약 등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최근 크게 화제가 된 사례로 지난 7월말 서울 강남구 H산부인과 의사 김모(44)씨가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평소 알고 지낸 이모(30)씨에게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마취제 베카론·나로핀·리도카인 등 13개 약물을 ‘우유주사’라는 이름으로 섞어 투약, 이씨가 2시만에 숨졌다.

 의사 조모(44)씨는 9월 한 달동안 서울 강남 일대 모텔이나 주택가 등에서 6명에게 16차례에 걸쳐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케타민을 투약해준 혐의로 지난달말 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투약자 김모(27)씨의 경우 의사 조 씨로부터 1병당 20㎖인 프로포폴 앰플 20병과 미다졸람 앰플 5병을 한꺼번에 투약하기도 했다.

 성형외과 부원장 겸 상담실장 이모(35)씨, 제약회사 영업사원 한모(29)씨, 전직 간호조무사 황모(33)씨도 각각 프로포폴 주문·밀반출, 공급·판매, 투약 등 역할을 나눠 활동하다 모두 구속됐다.

 ◇감시 허술한 병·의원이 심각..단속 허술 = 이처럼 대형병원보다 병·의원이 자주 마악류 사건에 연루되는 것은 대형병원처럼 따로 전담 마약류 관리자를 두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감시 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또 마약류 의약품 사용량도 병·의원급이 절대적으로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381만개의 프로포폴이 의료기관에 공급됐는데, 이 가운데 의원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46%를 구입했다. 이어 종합병원 21%, 병원 17%, 상급종합병원 13%, 보건소 3% 등의 순으로, 결국 전체 프로포폴 유통량의 63%가 병·의원에서 쓰인 셈이다.

 이처럼 상당 수 마약류 의약품이 ‘감시 사각지대’인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현실 에 비해 그동안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이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민주통합당) 의원이 식약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청이 지난 2분기에 기획 단속한 프로포폴 취급 의료기관은 전체 9300곳 가운데 88곳(0.94%) 뿐이었다. 3분기에도 역시 80곳에 대한 단속만 이뤄졌다.

 사회적 피해와 파장에 비해 가벼운 처벌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마약류 관리 소홀로 취급 업무정지 1개월 이상 행정처분을 받은 병원 79곳 가운데 49곳(62%)은 과징금만 내고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병의원 20곳 중 15곳 역시 과징금 납부만으로 ‘취급 업무정지’ 조치를 피해갔다.

 ◇전자태그로 사용내역 자동보고 등 추진 = 정부도 최근 의료인의 불법 투약과 연예인 투약자 구속 등 관련 사건이 잇따르자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섰다.

 이번과 같은 보건당국·검찰·경찰 합동조사를 수시로 벌이는 한편 보다 근본적 인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과 약국의 마약류 사용 내역을 월별로 보고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전자태그(RFID) 사업을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에 우선 적용해 유통·사용내역 보고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현재 주사제가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DUR)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어 프로포폴 주사 등의 중복 처방 사실이 의사에게 보고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사제도 DUR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신종 환각 물질 정보가 입수된 시점부터 이 물질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할 때까지 앞서 2∼3개월동안 유통중지 조치를 내리는 방안, 의료인 교육을 마약류 시판 허가 조건으로 명시하는 방안 등도 추진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DUR 주사제 추가 등 지침 개정만으로 가능한 대책은 최대한 빨리 실시키로 하고, 다른 사안들도 시행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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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병·의원들이 수면유도제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병·의원 마약류 관리 검·경 합동조사 결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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