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21>
오늘의 저편 <221>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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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서 약간 비켜서며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벽에 등을 대고 있는 긴 나무의자와 그것과 마주보고 있는 낡은 책상이 있을 뿐이었다.

‘진료실일까? 아닌 것 같은데?’

그가 알고 있던 진료실과는 좀 다른 그곳을 보며 은근히 실망했다.

창에서 눈을 거둬들이며 진석은 몸을 뒤로 돌렸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어떤 남자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당황히 인사를 챙기던 진석은 상대의 복장을 보며 그가 신부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편안해 보이는 인상이어서인지 주제 모를 부담감 같은 것이 발효되지 않았다.

“참 잘 오셨습니다.”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가던 신부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환영의 뜻을 재차 밝혔다.

“의사선생님을 좀 뵐 수 있겠습니까?”

진석은 뜸들이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상대가 다른 오해를 하기 전에 방문목적부터 밝혀 두어야 했던 것이었다.

“아, 어쩐다?”

신부는 목을 조금 위로 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진석의 방문 목적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어디 가신 모양이죠? 괜찮습니다.”

진석은 다음에 한 번 더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몸을 일으켰다. 남아도는 것이 시간인 그였다. 지금 당장 의사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뼈에 저리도록 아쉬운 건 아니었다.

“형제님!”

밖으로 따라 나온 신부는 진석의 등에다 대고 목청을 조금 높였다.

“예?”

진석은 몸을 돌렸다.

“언제든지 이곳으로 오십시오.”

신부는 진석에게 ‘성 라자로 마을’에 입주할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나환우들과 함께 생활하면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까지 친절하고 따뜻하게 말해 주었다.

마침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나환자들의 시선이 진석에게 그어졌다간 별 뜻 없이 거둬들여지곤 했다. 바깥세상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그들의 얼굴표정에서 그들만의 자유가 느껴지고 있었다.

진석은 발걸음을 밖으로 재촉했다. 얼굴윤곽이 좀 틀어져 버린 것 같은 그들 외모가 혐오스러웠다. 뭉툭해진 손끝들도 보기 싫었다. 옷으로 가리고 있을 몸의 어디에 진물이 끈적거리고 있을 것만 같아 소름이 끼치기까지 했다.

“의사선생님께 진찰만 한 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진석은 찾아온 목적을 확실하게 환기시켰다. 내놓고 일반 병원에 갈 수가 없어서 이곳에 찾아왔다는 말도 털어놓았다.

“형제님, 여긴 의사 없습니다.”

신부는 기도하는 표정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바로 눈을 뜨며 숙식과 피부병 약은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예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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