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22>
오늘의 저편 <222>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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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은 눈꺼풀을 번쩍 들어올렸다. 왜 이곳에 의사가 꼭 상주해 있을 것이라도 생각했는지는 그로서도 알 수 없었다. 의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그 자신이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신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쪽으로 뚜벅뚜벅 멀어져 갔다.

진석은 목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한나절이 될 때까지 민숙은 마루 끝에 궁둥이를 붙였다간 벌떡 일어나고는 했다.

더는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지 안방으로 들어갔다. 속저고리 바람으로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집밖으로 나가 보려면 겉저고리를 걸쳐야 했다.

민숙의 눈이 소쿠리 안에 있는 가지로 당겨졌다. 양미간을 찌푸릴 듯 말 듯 하며 외면했다. 재빨리 댓돌 위로 발을 내려 신발을 신었다.

댓돌 옆에서 배를 발라당 드러내놓은 체 자고 있던 점박이가 벌떡 일어났다.

“따라갈래?”

너무 외로워서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말을 알아들었는지 점박이는 꼬리를 치며 민숙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앞다리를 번쩍 치켜들더니 민숙의 허벅지를 부둥켜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허리를 앞뒤로 움찔움찔하며 뭐더라 그러니까 바로 그 짓거리 흉내를 능청스럽게 내는 것이었다.

“야, 이 녀석아. 왜 이래? 빨리 다리 내려.”

너무 뜨거운 점박이의 체온을 느끼며 민숙은 녀석을 억지로 떼어냈다. 녀석은 싱거운 얼굴로 주인에게서 떨어졌다.

민숙이가 대문 밖으로 방향을 잡자 녀석도 도리 없이 앞장서서 나갔다. 별안간 그녀는 대문을 안으로 잠갔다. 한 발 먼저 대문 밖에 나갔던 점박이는 멍한 얼굴로 닫혀버린 대문을 바라보다간 집 뒤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민숙은 뭔가에 최면이라도 걸려버린 사람처럼 안방으로 들어갔다. 소쿠리 속에 들어 있는 가지를 집어 들었다. 언제 따 놓았는지 화성댁이 갖다 놓은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싱싱해 보였다.

베개를 방바닥에 집어던지며 드러누운 민숙은 속바지를 내렸다. 마음으론 이미 남편을 배 위로 끌어당겨 두고 있었다.

지지대고갯길에서 뒷산으로 내려선 진석은 털썩 주저앉았다. 완치되길 꿈꾸었다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차라리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었다. 아무튼 그는 부부관계를 해도 전염되지 않는다는 그 말을 의사로부터 꼭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도 나환자가 될래요.’

눈앞으로 다가온 아내의 중얼거림이 속귀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 아내를 깊이 품어주고 싶은 충동으로 이어졌다. 아랫도리는 거침없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힘이 오로지 아내의 몸을 요구하고 있었다.

진석은 목을 가로저으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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