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험생을 위하여!
수능 수험생을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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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식 (경남도의원)
초·중등 12년 동안 공부에 매달리던 수험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8일 끝났다. 예전에는 ‘관혼상제’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는 ‘수능의례’라는 말을 붙여봄 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수능은 우리 학생들에게 물론 뜻있는 어르신들까지 거치고 있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다. 수능을 치르기까지 부모들의 말할 수 없는 정성과 마음고생도 당연히 기억해야 하는 시점이다.

경남의 경우 고3 수험생만 3만 명이 넘었다. 수능이 끝난 지금부터 이들의 일상을 걱정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인(www.albain.co.kr)이 최근 수험생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자. ‘수능을 치른 후 해방감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술을 마시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4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이 중 70%는 ‘수능 당일에 음주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수능 당일 저녁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친구와 뒤풀이를 하겠다’라는 답변이 3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가족과 외식’ 25%, ‘집에서 휴식’ 17%, ‘연극·영화 등 문화생활’ 16% 등의 순이었다. 입시지옥의 터널에서 10년 넘게 갇혀 있던 우리 수험생들은 대개 이러한 생각으로 지내고 있음을 방증하는 설문조사였다고 평가한다.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학사일정을 어떻게 끌어갈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수능을 마친 뒤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잔뜩 들떠 있는 수험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다행히 신입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대학가의 노력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라고 할까. 수험생들을 초청해 학교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장학제도를 안내하는가 하면 아예 영화관을 전세 내어 최신 인기영화를 상영하는 장면도 연출된다. 지자체들의 ‘수험생 달래기’도 눈물겹다. 아이돌 그룹을 초청해 한껏 흥을 돋우며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거나 학교 대항 장기자랑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째 별 다를 것 없는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제언한다. 수능 수험생들에게 특별한 추억거리, 그리고 더불어 사는 미학을 체득하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교육현장을 선사하면 어떨까. 시기적으로 날씨가 추워지는 초겨울로 접어들었다.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을 찾아 소외된 우리 이웃의 손을 잡고 사랑을 나누는 기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혼자만의 공부’에 익숙했던 학생들이 세상에 나와서 ‘더불어 사는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을 일선 학교들이 마련하고 그것이 곧 수능 수험생들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종전과는 뭔가 다른 훈훈함이 일지 않을까.

고3 학생들이 지역의 숨은 명소를 탐방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각 고장의 전설이 있는 유적지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지리산과 한려해상 국립공원, 그리고 생태하천을 찾아 어쩌면 대학 진학으로, 어쩌면 취업 등으로 떠날지 모르는 고향을 돌아보고 내일을 설계하는 일은 질풍노도의 청년기가 자연 안에서 순화되고 성숙될 수밖에 없다. 일선 학교에서는 ‘수능 학예제’를 선보여도 좋을 것이다. 수능 후 사실상 파행되고 있는 고3 학생들의 학교수업. 그동안 특정 교과목에 치중할 수밖에 없던 현실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개별 학생들의 재능과 끼, 취미를 살리는 대안수업이 필요하다. 대안수업의 성과가 학예제 개최로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는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능 이후부터 대학 입학까지 3개월에 대한 합리적인 시간활용에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가족여행을 간다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동안 못다한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해 보자. 공부에 시달린 자녀에게도, 생업에 매달린 부모에게도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간의 따뜻한 대화이다. ‘대화 단절 시대’, 마음을 열고 온정을 나누는 대화야말로 대학 신입생으로 혹은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하는 수험생에게 가족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일 것이다.

수능에서 패자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생은 절대 수능점수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2년이 남는 세월 동안 우직하게 달려온 수험생들 모두가 승자요, 묵묵히 뒷바라지해 온 학부모들 모두가 승자다. 이제 새로운 인생 출발점에 선 만큼 시간을 잘 활용해 개인과 학교, 가정과 사회에서 유익하고 의미 있는 ‘황금 추억들’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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