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열어갈 새로운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열어갈 새로운 대한민국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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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지난 10월 20일 우리나라는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이라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사무국을 유치했다. 지난 1년간의 유치활동은 환경 선진국인 독일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접전의 나날들이었다. 유치가 결정되던 날 아침, 이 기쁜 소식을 브리핑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많은 국민들처럼 우리의 환경정책이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평가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아주 뿌듯했다. 기후변화 대응, 녹색성장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중심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IEA·2009년 기준)이며, 지난 100년간의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0.75℃)보다 2배가 넘는 1.8℃를 기록했다.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어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이 피할 수 없는 국제적인 트렌드라면, 이를 국가발전의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우리는 이미 환경규제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였고, 이는 자동차 성능개선으로 이어져 단기간 내에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잘 알다시피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에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여하고, 당초 목표보다 초과 또는 부족한 배출량을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함으로써 온실가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감축하는 제도이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축적된 온실가스 저감 기술 등은 앞으로 우리 기업에게 또 다른 경쟁력과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수많은 논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돼 올해 5월 14일 공포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 전반의 피해를 줄이고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개선과 국제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선진적인 제도가 도입될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법률이 제정된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 전문가 등이 참여해 구체적인 배출권거래제 시행방안을 마련, 11월 15일자로 시행령을 제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유럽 30개국(EU-ETS),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전국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하는 국가가 됐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우리 정부의 감축 목표 달성에 ‘녹색 신호등’이 켜진 셈이다.

배출권거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 2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시행령을 제정한 것은 그만큼 사전에 준비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기본계획과 할당계획을 수립하고 배출권 거래소 지정 및 제도운영과 관련한 세부지침을 마련할 것이다. 기업도 준비할 것이 많다. 경남지역도 산업활동이 활발해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시행 초기에 기업부담을 완화하고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했다.

첫째, 1차 계획기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배출권을 100% 무상으로 할당하고, 유상할당 비율은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둘째, 무역집약도 등을 기준으로 특수한 일부 업종은 민감업종으로 분류해 100% 무상으로 할당할 계획이다. 셋째,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기술개발과 보급사업 등에 금융·세제지원 또는 보조금을 강화할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산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계획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누가 먼저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에서 살아남는 국가와 기업이 나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앞으로의 세계경제에서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열어가는 큰 ‘디딤돌’이 될 거라 확신한다. 이 디딤돌을 같이 딛고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정연만·환경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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