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화전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문재 시인
나 잡목 우거진 고랭지

이 여름, 깊은 가뭄으로 흠뻑 말라 있으니

와서, 어서들 화전하여라

나의 후회들 화력 좋을 터

내 부끄러움들 오래 불에 탈 터

나의 그 많던 그 희망들 기름진 재가 될 터

와서, 장구 북 꽹과리 징 치며

불, 불 질러라, 불질러 한 몇 년 살아라

한때 나의 모든 사랑, 화전이었으니

그대와 만난 자리 늘 까맣게 타버렸으니

서툴고 성급해 거두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다른 숲을 찾았으니

이제 나, 잡목 우거진 고랭지

와서 불질러라, 불



작품설명=온전한 나무 한 그루 생산하지 못하고 잡목으로 채운 내 삶의 언덕 빼기에 불을 질러라, 후회와 아쉬움이 화목이 되어 온 산을 태워버릴 터, 서툴고 성급하여 거두지 못한 나의 사랑, 타버린 화전 속에서 다시 움트고 싶다. 잿더미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