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낮추자"
"목소리를 낮추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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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전 언론인)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려대교우회가 단결력이 대표적으로 강한 단체라는 말이 있었다. 또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전남 고흥과 경남 남해향우회가 잘 뭉치는 것으로 소문났었다. 고흥사람들이 서울과 경기도에서 모여들고 고향에서 수십 대의 버스가 올라와 효창운동장 그라운드와 스탠드를 메우는 것을 본 적이 있고 남해향우 회원들이 고등학교 강당에 만원을 이룬 것을 본 적도 있다.

고흥·남해사람들의 결속력을 본 사람들 중에는 두 곳 다 옛날에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았고 조선시대 귀양살이 왔다 간 인물들의 후손이 많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많다.

전국 곳곳의 지방법원에서 20여 년간 판사로 있었던 김 변호사는 “다른 지역보다 충청도 근무 때 판결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증언대에 선 증인들이 “예스”, “노”를 밝히지 않고 “글쎄유” 식으로 증언하고 원고나 피고도 한참 생각하고도 어물어물 대답해 진실성을 믿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국경지대여서 눈치를 살피는 전통이 남았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강원도와 제주도 사람들은 배타적이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이를 두고 한 사회학 교수는 “일제해방 후 이념투쟁에서 외지인들로부터 당한 피해가 컸고 개발 붐을 타고 대도시에서 악덕 브로커나 투기꾼이 몰려 들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어느 지방이나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천리길 이사도 흔한데 지역별 주민성향에 큰 차이가 나겠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분명 주민들의 대체적인 행동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다른 지역 사람이 경남을 방문하면 어떤 특이점을 발견할까. 얼마 전 진주 통영 하동을 여행한 전 언론인 배씨는 “시내버스나 식당에서 큰소리로 얘기하는 사람이 유별나게 많았다”고 했다. 또 회사일로 한 달에 한두 번 진주와 창원을 다녀간다는 기업인 정씨는 “이곳 사람들의 성질이 급해 계약이 하기도 쉽고 깨지기도 쉬운 편”이라면서 “그런 성격 때문에 화풀이로 차량을 몰고 경찰지구대에 돌진하는 등의 사고가 빈발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노인들이 모이는 진주시내 몇몇 다방에 가면 대통령 선거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엊그제 다녀온 대전이나 춘천의 다방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이다.

성격 급한 사람에게 “차분하라”고 하면 흔히 “성질을 내지만 뒤끝은 없다”고 한다. 뒤로 감는 것보다 바로 자기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솔직한 일이겠지만 때로는 속내를 감출 줄도 알고 돌아갈 줄도 아는 게 좋은 것 아닌가. 또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는 목소리를 낮추는 게 예의일 것이다. 물론 필자도 성급히 결정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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