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특구와 횡성 한우 사건
연구개발특구와 횡성 한우 사건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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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주 희귀한 일이 최근에 발생하였다. 내용면에서 결과만 본다면 경남의 실망과 손실이 크다는 정도지만, 그것의 속내와 과정을 보면 참으로 희한하다. 경남이 신청한 경남 연구개발특구 지정 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논의도 하지 않은 채 먼저 신청했다는 이유로 부산의 연구개발특구 건만을 토의하여 지정해 버렸다. 경남은 부산의 신청 건과 같이 논의되어 양 지역간 공동의 특구지정까지도 염두에 두었는데, 연구개발특구라는 법률적인 용어가 생기고 특구가 지정되어 탄생되는 배경과 과정을 보면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발전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세계적인 리서치파크(연구단지), 사이언스파크(과학단지) 그리고 테크노파크(기술집적단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단지는 단지 내의 무수한 국공립 및 민간 연구소들의 집적단지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리서치트라이앵글 파크, 일본의 쓰쿠바 연구단지와 함께 우리나라 대덕연구단지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연구개발을 통한 과학기술 개발과 혁신만을 고집한다. 기업지원은 그렇게 원활하지 못하다. 반면에 과학단지는 기능상 과학기술개발과 기술이전 및 산업화에 70% 정도를 점하고 나머지 30% 정도는 기업지원과 육성에 치중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영국의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 및 대만의 신추 과학단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테크노파크란 과학단지의 기능과는 대조적이다. 기업지원과 육성이 70% 이상을 담당하고 과학기술개발 등에는 30% 정도로 그렇게 높지 않다. 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혁신기술 축적과 집적화를 통해 스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각 시·도의 테크노파크와 함께 일본의 구마모토 테크노폴리스,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세 기능과는 별개로 우리나라는 연구개발특구라는 것을 지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개발특구는 이들 세 기능 중에 연구단지와 가장 인연이 깊다. 대전의 대덕 연구단지에는 수많은 국공립연구소와 민간연구소가 오래전부터 포진하였다. 자연스럽게 엄청난 연구실적이 축적되었다. 개발된 기술들은 실제 기업에 이전되고 접목하여 산업화함으로써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그것이 연구단지의 기능이고 또한 개발기술이 국가발전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런데 많은 예산투입을 통해 개발한 기술들이 서랍 속에 쌓여만 가고 실제 산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었다. 첨단 신기술이 산업에 이전되더라도 그 기술을 개발한 사람만이 운용이 가능한 경우도 많고, 해당 연구자가 접근하기 쉬운 연구소 인근에 기업이나 산업체가 없다면 사업화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발된 신기술이 벤처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해야만 하는데 법적·제도적 장애도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연구개발 기능을 산업화로 연결시키며 성과의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연구단지 주변에 특구를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대덕 밸리로 알려진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그리하여 탄생하였으며, 2011년 초에는 광구 과기원(GIST)과 대구경북과기원(DGIST)의 연구개발 성과확산을 위해 이들 지역에도 특구를 지정한 바 있다. 이런 개념과 법률적 배경으로는 부산의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 부산시와 지정된 강서구 지역에는 관련 국책연구기관이 없고 민간연구소도 보기 힘들다.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책 연구기관과 수많은 기업부설연구소가 밀집한 창원에 지정되는 것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문지상에 소위 ‘횡성 한우사건’과 관련된 글이 눈길을 끌었다. 횡성 한우사건과 관련하여 2심에서 유죄 판결을 하였던 어느 부장판사가 사건의 최종착점인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대법원의 뒤집은 판결을 법원내부 통신망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2008년에 강원도 횡성군에서 모 조합장 등 11명이 횡성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키운 한우 483마리를 구입해 와 횡성에서 1개월 이상 먹여 키운 후 도축해 ‘횡성 한우’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였다가 농산물품질관리법을 어겼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탱자가 물을 건너자 귤이 된 셈이다.

모든 법률은 발의하고 제정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시간이 지나 본질을 망각하고 산업단지 정도로 인식하여 추진했다면, 귤이 물을 건너자 탱자가 된 남귤북지(南橘北枳)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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