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필요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관련 법률
그래도 필요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관련 법률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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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요즘에는 밤거리를 홀로 다니다 보면 애꿎은 아저씨들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 딸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남자 선생님이나 남학생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온 국민이 예민해질 만큼 성 범죄는 언제부터인가 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될 만큼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 9월부터 여성부 관할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의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었다.

개정된 아청법의 시행은 이른바 ‘아청법 대란’을 몰고 왔다.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커진 이유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한 내용 때문이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가 그 내용이다.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은 충분히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오지 않는 동영상일지라도 그렇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나올 경우 단속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호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무관용 법칙을 선포하며 수사를 시작해 여러 사람들이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 때문에 혹자는 이 법안이 우리나라의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나 다름없던 법안 중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을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하게 했으며, 아동ㆍ청소년이 나오는 영상의 배포 및 소지 부분에 대해서도 대통령령으로 따로 규정을 마련, 모호했던 부분을 분명히 하도록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애매했던 기준은 수정되었으나 이미 많은 이들이 수사를 받았고 억울한 이들도 있었다. 이것은 아청법을 반대하는 입장에 힘을 실어주어 최근에는 아청법의 존폐여부를 두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물론 옛날의 장발단속법처럼 수사 당사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 버리는 법안은 분명 기가 찰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미래인 아동,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아청법은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검거된 성범죄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아동 관련 음란동 영상이 항상 발견되어 왔지 않는가. 이번의 경우처럼 모호한 기준으로 무차별적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면 법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잠재적 범죄자들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방법적인 측면에서의 수정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성범죄의 처벌 강도가 바뀌지 않는 이 시점에서 모방범죄까지 나아갈 수 있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김민희·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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