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 (객원논설위원·사천포럼상임대표)
중앙정치인이나 중앙관료의 지방 진출이야말로 지방분권이며 지역균형 발전의 시작이다. 홍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경남에서 75%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만만찮은 공언이다. 새누리당 경선후보 승리가 곧 본선의 승리라는 등식의 자만심은 버려야 한다. 지난 6·2지방선거의 분위기는 지금보다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패했다. 실체 없는 막연한 대세론에 안주한다면 도민의 민심은 냉정해질 것이다. 다행히 경남의 문제점을 빨리 파악해 대응하는 정치력은 높게 평가되지만 그 해결점 또한 난관이 많다.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경남의 인식이 그것이다.
또한 서부경남의 낙후를 위한 현안의 구체적인 대안이 돋보인다. 주요 공약사항은 경남도청의 마산 이전과 진주 2청사 건립, 사천-진주 항공국가산단 지정, 하동 갈사만 해양플랜트사업, 남해 신재생에너지산업 유치, 밀양 나노테크 국가산단 지정, 연구개발특구지정 등이다. 도청 이전 공약 등 몇 가지를 제외한 사업들을 이 정권 이전에 해결하겠다고 한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당선된다면 취임 후 도정 파악 등으로 실제 도지사직을 수행하는 기간은 얼마 안 된다. 그 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다가는 정말 시급한 현안들마저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우선순위를 매겨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도청 이전문제는 홍 후보의 의지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지방자치단체사무소를 변경하거나 새로 설치하려면 지방자치법에 의거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해야만 한다. 과연 조례제정을 위한 의원들의 과반수 동의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도지사 경선에서 상대후보를 겨냥한 공약으로 창원시 통합에 대한 상대적인 불만에 편승해 반사이익을 기대한 측면도 있다. 만약 창원시청이 마산으로 간다면 도청이전은 필연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야권에서는 표만 얻기 위해 도민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치열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전임 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한 모자이크 프로젝트사업 중 삼천포 해상케이블카사업 등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큰 정치인답게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도지사 선거는 물론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홍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숱하다. 당장 경선 시 상대후보인 박완수 후보 진영과의 통합이 급선무다. 또한 캠프 내 주도권 경쟁으로 불협화음이 흘러나오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경남 민심의 흐름에 비춰보면 새누리당 후보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안철수 후보의 가세다. 대선후보 중 젊은이들의 정서를 읽는 감각이나 존재감은 단연 으뜸이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 초년생 정도로 평가절하하지만 조직도 세력도 약한 안 후보가 국민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치개혁과 비전제시 한방에 정치권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자질검증을 넘어 대통령 안철수를 염두에 두는 시점까지 왔다. 얼마 전에는 문재인 후보 경상남도선거대책위 출범식을 가졌다. 그 조직구성과 선거대책위 구성을 보면 경남을 열세 지역임을 인식하여 철저하게 효율적으로 공략할 전략으로 짜여져 있었다. 대선은 물론 도지사 선거도 자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과 홍 후보는 어떤 전략으로 경남도민의 마음을 움직일지 심각히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고 했다.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우선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경남도민에게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는 홍 후보 자신의 몫이다. 홍 후보 본인은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제는 중앙정치의 거물이 아니라 도민의 충실한 공복(公僕)으로 임함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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