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과 여성 유권자의 표심
대선 정국과 여성 유권자의 표심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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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여성연구소장)
이번 대선엔 총 5명의 여성 후보가 나와 헌정사상 최다 여성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를 비롯해 통합진보당 이정희, 진보정의당 심상정, 노동자 대통령후보선출위원회의 김소연(전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김순자(4월 총선 때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가 그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기된 여성 대통령론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고 학자들과 여성단체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쪽에서는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야말로 큰 변화이자 정치쇄신’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여성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여성 대통령론과 관련해 모든 여성들이 같은 입장을 가지기에는 현실의 모습이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는 어떠한 것을 요구하고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오랫동안 여성 투표의 성향에 대해서 ‘여성은 대체로 정치에 소극적이며 참여 정도가 낮다’, ‘여성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여성들은 남편이나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등의 통념이 있었지만 최근의 흐름은 이것이 잘못된 통념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한 요인에는 여성들의 지지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CNN 출구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55%가 오바마에게 투표한 것이다. 이는 오바마가 낙태, 피임문제 등에서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남녀평등임금지원 법안에 서명한 것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오바마와 롬니의 여성정책에서 차이가 있었고 이것이 여성 유권자의 표 방향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여성 대통령론이 여성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여성 대통령론보다는 구체적인 여성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성 대통령이 기존 주류 남성 대통령과 어떻게 차별화된 비전을 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대안제시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후보자들 간의 정책 차이가 선명히 부각되지 못하고 단일화 문제 등에 묻혀 대선후보의 정책내용과 차이가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 정국에서 후보들은 어떤 차별적인 여성정책을 내놓았는지 확실하게 잡히지 않는다. 기존 여성관련 공약들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계획 없이 나열적으로 되어 있어 변별력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성 불평등지수(GII·Gender Inequality Index)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11위를 차지했으나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 국가 안에서 남녀의 차이를 보여주는 성 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는 135개 조사 대상국 중 108위로 최하위권에 속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 전반적인 여성지위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정치권한과 경제활동 참여 등에 있어서 아직 남녀 간에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성평등 과제로 ‘남녀 임금격차를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수준으로 축소, 여성폭력 근절 국가행동계획 수립, 국공립 어린이집, 병원, 요양시설 30% 확충 및 사회서비스 지원센터 설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해소 및 경제적 자립 지원, 여성부 강화 및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사회경제적 사유의 임신중절 허용, 정치사법통일평화 분야 남녀동수 참여보장, 비정규직 출산휴가 확대 및 아버지 영아휴가제 도입’을 발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차기 정부의 여성정책 과제로 ‘일·가정 양립정책의 정착, 여성에게 더 많은 더 좋은 일자리 마련하기, 다양한 가족지원 및 양육·돌봄 인프라 구축, 의사결정직에서의 여성대표성 확대, 생활 속에서 공감하는 성평등 문화 만들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최근 여성신문은 ‘여성정책공약평가단’을 발족해 대선 후보들의 여성공약을 평가할 계획에 있다. 이처럼 여성유권자들은 여성관련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여성의 입장을 요구하고 대선후보의 공약을 확인해야 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5명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오는 이번 대선 정국에서 여성정책은 현재까지 주요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은 여성 대통령론 제기를 계기로 대선후보의 여성정책 공약을 요구하고 평가해야 하며 선거를 통해 여성들의 표심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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