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약(政策公約)과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공약(政策公約)과 매니페스토(Manifesto)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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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한 달도 남지 않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작은 열린 공간만 있으면 ‘단일화 또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 가능성’ 등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느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유권자들이 앞으로 5년 동안 통치능력·덕성·건강 등을 갖춘 일 잘하고 마음에 드는 좋은 머슴을 신중히 골라 주인행세를 똑바로 하겠다는데 참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왜 그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체성과 논리성이 부족한 듯하다. 그동안 수많은 선거를 치러 오면서 일부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자들의 혈연·지연·학연 등에 의존해 투표하여 왔고, 후보자 역시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해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선거를 치러 왔다. 정말 이제는 유권자가 정책공약을 따져보고 후보자를 선택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통적인 정책공약들은 외교·안보분야의 외교노선 다변화, 인도적 차원에서의 대북지원, 정치·행정분야의 대통령 중임제 개헌, 지방재정 권한 강화, 경제·민생분야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확대와 경제민주화, 사회·복지분야의 부유세 도입, 복지재정 확대를 통한 무상의료 실시, 교육·환경분야의 일제고사 폐지, 원자력 발전소 증설 등에 각자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또한 후보자별 10대 공약에서는 공정성을 높이는 경제민주화와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 일자리 혁명과 사람이 먼저인 따뜻한 복지국가, 성장의 열매가 국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경제민주화 실현과 국민의 일할 권리보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내치와 복지포퓰리즘에 치중돼 있고 북한문제의 소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정(매년 평균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의 국민행복 재원확보는 제외)은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로 한 분야를 잘해도 다른 한 분야를 잘못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우리 역사상 성공한 대통령을 찾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 후보자들은 외·내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북한에 대해 북한 인권법, 탈북자 강제송환, 북핵문제, 납북자 국군포로, 영·유아와 노약자, 정치범수용소 등에 침묵하고 있다.

정책공약 중에 대통령은 외치에 전념하고, 총리가 내치를 총괄하는 형식에 후보자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같은 이원집정부제 국가는 아니지만 총리의 의회 인준제와 각료 추천제 등을 헌법대로 하여 대통령이 외치에 전념한다면 대북한 정책 중 납북자 국군포로 및 전후 납북자에 대한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는 의미) 등의 실천과 통일문제’에 대해서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 후 정권을 담당하거나 당선됐을 때 반드시 입법화 또는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정책개요를 공식적으로 문서화해 선거기간 중에 공표하는 국민들에 대한 약속이다. 1835년 영국 탐워스 선거구의 보수당 후보였던 로버트 필의 ‘Tamworth Manifesto’가 효시이며 영국의 총선에서는 각 정당이 책자로 된 매니페스토를 배포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되 선거공약의 기간, 정책의 목표, 사업의 공정, 재원확보 방안, 정책의 우선순위라는 구체적 계약을 담는 것으로 정책 공약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매니페스토는 특정 정당이 정권을 획득했을 때 반드시 실천하고 그 정책 실패여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정국운영의 로드맵으로 대선 후보자들도 이를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이제 대선 후보자들도 실천 불가능한 공약(空約)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공약(公約)을 최종적으로 손질해 매니페스토 정신에 입각하여 제시해야 할 것이며, 유권자들도 정책의 실천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 대선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재정을 더 이상 파탄내기 전에 복지포퓰리즘을 차단하고 정책 실패여부에 책임을 묻도록 ‘매니페스토정책법’으로 강제하여 후보자와 유권자의 의식개혁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지도를 확 바꾸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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