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의 변화와 혁신
지역대학의 변화와 혁신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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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택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19세기 초 미국 농부들은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농기계를 살 수 없었다. 시장에는 여러 가지 농기계가 쌓여 있었지만, 농부들은 사고 싶은 마음만 있을 뿐 농기계를 구매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때 농기계 발명가 중 한사람인 사이러스 맥코믹이 할부구매 방법을 고안해 냈으며, 이 할부구매 덕분에 농부들은 저축해 놓은 돈이 아니라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농기계를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피터 드러커(Peter F. Druker)는 그의 저서 ‘위대한 혁신’에서 말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날의 변화는 하도 무쌍하고 그 폭이 커서 예측하기도 힘들고 적응하기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변화가 심해 혁신 같은 변화가 온다 하더라도, 여전히 흥하는 조직이나 개인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힘겨워하다가 무너지는 또 다른 부류의 조직이나 개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였느냐, 변화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갖추었느냐 그렇지 못하였느냐 하는 점에서 뚜렷하게 나눠진다.

‘변화’란 무엇인가? 사물의 모양이나 성질이 바뀌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혁신이란 변화를 통해 현상을 바꿔 미래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이 혁신하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스템의 구축’과 ‘리더의 의지’ 그리고 ‘구성원의 자세변화’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여러 가지 장애와 반발을 극복하고 혁신시키고자 하는 지혜와 의지, 그리고 정말 한번 변해보자는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노력이 뭉쳐질 때 조직은 변하게 된다.

오늘날 대학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역시 녹녹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공화국’이 되어 버린 지금, 지역대학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서울동굴’에 갇혀버린 수험생들은 먼저 서울을 채워야만 지역대학을 찾게 된다. 거기에 저출산으로 초래된 수험생의 수적 감소, 경기침체로 인한 취업률의 저하와 이로 인한 청년실업문제의 대두 등 지역대학을 둘러싼 어려움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책임이 지역대학에 남겨져 있다.

‘대학의 변화’는 무엇일까? 혁신을 통해 발전을 추구하고자 할 때, 대학사회에는 행정 효율화와 합리성을 담보할 시스템의 구축, 혁신을 향한 확고한 의지 그리고 자세변화가 필요하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실에서 촌음을 아껴가며 연구에 매진하고, 직원들은 자기가 맡은 행정서비스를 어떻게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온몸으로 뛰어야 하고,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작게는 자신의 미래에서 크게는 조국의 미래를 책임질 ‘큰 꿈과 비전’을 가슴에 품은 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때 대학은 변화하게 되는 것 아닐까!

지금 우리나라 지역대학은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역의 수험생들을 받아들여 그들이 가진 가능성을 찾아내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대학, 그들에게 자신의 꿈을 찾게 하고 심어주고 그 꿈에 미치게 하는 대학, 청년들을 진리 안에서 자유롭게 만드는 대학, 이것이 대학이 추구하는 변화와 혁신의 종착점이다. 이 변화를 위해 대학의 구성원들은 고통스러운 노력을 감내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역대학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 땅의 청년들을 통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이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조용한 응시와 뜨거운 성원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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