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6>청계저수지
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6>청계저수지
  • 이은수
  • 승인 2012.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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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 산청에서 찾은 ‘느림의 미학’
청계저수지9
20대로 보이는 동호회 회원들은 아름다운 시절을 놓치기 싫다는 듯 저수지 앞에서서 카메라 셔트를 연신 눌렀다. 창원에서 왔다는 이들은 “산과 저수지, 주변경관이 어우러져 사진이 잘 나올 뿐 아니라 조망이 좋은 카페에서 친구들과 차도 마실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산좋고 물맑은 산청의 청정지역에 위치한 청계저수지는 가뭄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업용저수지로 만들어져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을 하고 있다. 나아가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에 조성됐음에도 명경같은 계곡물을 담은 산정호수는 산하(山河)가 잘조화를 이뤄 자연경관이 빼어나다는 입소문속에 속세를 벗어난 맑은 계곡(청계·淸溪)에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저수지에 매료된 젊은부부는 카페를 차렸고, 어느 교수는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호젓한 곳에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지었다. 또한 연인들은 펜션에 마련된 그네에 나란히 앉아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이른 아침 저수지에 피어나는 물안개는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청계저수지는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영겁의 시간속에 우리삶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며 ‘느림의 미학’을 전한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촌에 정착하려는 도시민과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둘레길을 만들고 경관을 정비하는 등 청계저수지 명소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귀농인구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을의 숨은 비경을 찾아나서다

사색의 계절이자 천고마비의 계절이 깊어간다. 감성과 낭만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가을의 진면목은 아름다운 색동옷을 갈아입은 형형색색의 자연풍경에서 만끽할 수 있다. 다만, 가을의 명소라 불리는 대부분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여 낙심하기 일쑤다. 숨어있는 가을의 멋을 찾아 청계저수지로 향했다.

산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리산과 경호강이다. 최근에는 산청한방약초축제로 청정지역의 명성을 더하고 있다.

단성면은 청계약수, 청계저수지, 청계계곡 외에도 보물로 지정된 단속사터 동서 삼층석탑, 이갑열 현대미술관 등을 차례로 들러볼 수 있다. 웅석봉 허리를 따라 어천마을로 이어진 드라이브 코스도 괜찮다.

청계지구는 행정구역상으로 산청군 단성면 청계리에 속한다. 교통편은 진주에서 산청으로 3번 국도를 따라 산청군 신안면에서 남강을 횡단하는 단성교를 건너 20번 국도를 따라 지리산 중산리 방향으로 약 6km 지점인 호암교 앞에서 우회전, 군도를 따라 약 7km쯤 상류로 올라가면 청계저수지에 이른다.

◇전통한옥의 아름다움 남사예담촌

청계저수지 가는 길에 남사예담촌에 들렀다. 앞서 단성면 소재지에 있는 맛집에서 미꾸라지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추어탕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웠다. 경북하면 안동하회 마을이요, 경남하면 산청 남사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옛날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던 이 마을은 양반마을이자 전통한옥마을로 유명하다.

예담촌이란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옛 담의 신비로움과 전통과 예를 중요시하는 이 마을의 단정한 마음가짐을 담아가자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남사 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 너머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지리산 초입의 이 작은 마을이 유난히 정감 있고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해묵은 담장 너머 엿볼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정서와 삶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구름도 쉬어가는 청계저수지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니 마침내 확트인 저수지가 나타났다. 제방에 서서 야생화를 감상하고 있는데 산위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반갑게 인사라도 하듯 볼을 간지럽힌다. 호숫가에는 수많은 대나무가 아랫도리를 물에 담그고 있다. 경치가 좋은 곳에는 펜션이 즐비하다. 저수지로 흐르는 계곡물은 더없이 차고 맑았다. 주변의 한 식당은 숙박시설은 물론 잘가꾼 잔디밭에 축구장까지 만들어 연수원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20대로 보이는 동호회 회원들은 아름다운 시절을 놓치기 싫다는 듯 저수지 앞에서서 카메라 셔트를 연신 눌렀다. 창원에서 왔다는 이들은 “산과 저수지, 건축물의 주변경관이 어우러져 사진이 잘 나올 뿐 아니라 조망이 좋은 카페에서 친구들과 차도 마실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카페주인은 “저수지가 마음에 들어 진주에서 이 곳에 들어와 수년째 지내고 있으며, 지금의 아내와 사랑을 키워 결혼도 했다”며 “자연을 벗삼아 지내자는 의미에서 가게이름을 ‘구름그늘’이라고 지었다”고 전했다. 호수를 닮은 이들 부부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모델이 되어 주기도 했다. 호젓한 벤치에 앉아 저수지 위로 펼쳐진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풍요를 가져다주는 최고의 선물

청계저수지는 1998년 1월 공사에 착공해 13년 10개월만인 2011년 11월 준공했다. 청계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단성면 청계리 등 6개리에는 소형 소류지 2개소가 남사천에 20개의 보를 통해 물을 농경지에 공급했다. 하지만 그기능을 상실하여 해마다 한해를 겪는 등 337ha의 수리불안전답에 대한 관개용수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에 놓였다.

또한 단성면 8개리와 신안면 일부지역 주민의 생활용수는 마을별로 간이상수도를 이용하거나 경호강물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경호강이 골재채취,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으로 오염되고 주거 환경개선으로 생활용수가 급증하여 절대량이 부족해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는 청계리 상류에 저수지를 건립해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추성호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 지사장은 “청계저수지는 평야부 관개를 위해 용수로 23조 34km를 계획하여 전답에 관개용수를 공급해 수리안전답화 하는데 목적을 뒀는데, 이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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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볼거리 이갑열 미술관

저수지 위에는 현대미술관도 볼 수 있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교 이갑열(63.미술교육과) 교수는 단성면 청계리 125번지 6만여㎡ 부지에 ‘이갑열 현대미술관’을 5년전에 개관했다.

이 교수는 낯선 방문객의 호기심을 알아차린 한 듯 안내를 해주었다. 미술관에는 이교수가 35년간 제작해 온 작품 수백점이 전시돼 있어 작가의 작업 변화 과정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갑열 현대미술관은 1, 2층에 전시장과 전망대, 회의실, 자료실, 관리실, 야외조각공원, 휴게실을 갖췄다.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예술을 향유하고 조각가의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라는 주제로 창동갤러리(창동예술촌)에서 전시를 열었다. 그는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보면 너무나도 위대하고 찬란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에서 이를 미리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는 “앞으로 제2호 미술관과 조각공원을 완성해 지역민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하고 문화예술 발달에 이바지하고 싶다. 야외전시관 등 모든 시설이 완공되면 산청군이나 미술단체 등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인터뷰= 추성호 한국농어촌공사 진주ㆍ산청지사장,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 낙후된 농촌지역 관광객 유치에 일조 할 것“

“저수지둑높이기 사업을 통해 잘 조성된 수변시설은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뤄 낙후된 농촌지역의 관광객 유치에도 일조 할 것을 확신합니다”

추성호 한국농어촌공사 진주ㆍ산청지사장은 저수지둑높이기 사업이 관광객 유치로 까지 이어져 현대판 치산치수((治山治水) 정책의 대표적 성공사례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청계저수지는 한해(旱害)를 입는 지역에 둑높이기 사업을 실시한 경우다. 그러나 결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벌써부터 대박(?)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수지가 생긴이후 아름다운 풍치(風致)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펜션 등 휴양시설이 들어서 조용하던 골짜기가 활기를 띄고 있다. 이 곳을 찾은 이들중에는 저수지 경치에 반해 정착하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삭막하기만 하던 산골에 수변이 조성되면 경관이 달라집니다. 아름다운 경치는 사람을 부르고, 찾아온 사람들은 자연에 감탄하며 산을 떠날 줄 모릅니다”

농업용저수지를 잘 만들었더니 수변공간으로 활용돼 전원주택이나 휴양 및 휴식시설이 들어서 관광객 유치는 물론이고 귀농·귀촌인구 유입의 일석삼조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추 지사장의 설명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 지사는 이에따라 600여억원을 들여 산청군 신덕면 손항지구(319억원 투입)와 차황면 율현지구(305억원 투입)에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저수지는 도로가에 위치해 쌈지공원과 편의시설, 둘레길까지 만들어지면 생활권이 크게 개선돼 베이비부머세대의 귀농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지시장은 끝으로 ”선진농법으로 농촌이 옛날의 농촌이 아니듯, 저수지 또한 시대상에 맞게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며 ”저수지 명소화 사업을 통해 농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도록 하겠다“며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청계저수지5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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