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상교육 확대비용 가슴앓이
정부의 무상교육 확대비용 가슴앓이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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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3∼5세 무상교육 확대비용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방의회는 정부가 생색만 내고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겼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국비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내년도 지자체 예산에서 3∼5세 무상교육 확대비용 전액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지자체와 정부 간의 갈등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최악의 경우 내년에 만 3∼5세가 되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비용과 유치원비의 보조를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국 시ㆍ도의회 의장협의회(11월 20일)에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3∼5세 누리과정에 지방교육 재정예산을 쓰도록 결정하였기 때문에 지자체의 다른 교육사업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수가 많고 재정난이 심각한 서울과 경기 등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에 이미 충분한 재원을 제공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국비지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하면 유아교육법 등을 위반하게 되고 지원을 못 받는 국민의 반발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에게 이미 주던 누리과정 혜택을 끊는다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하고 실제 실현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시ㆍ도 교육감들에게 누리과정 예산이 차질 없이 반영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는 했지만 지방의회가 국비 지원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갈등은 누리과정의 핵심 재원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지방교육의 재원을 보충하기 위하여 중앙 정부가 시ㆍ도 교육청에 보내주는 재원으로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원들의 임금, 학교운영비, 시설비 등의 용도로 쓰인다. 올해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38조 5000여억 원이라고 한다. 교과부는 내년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의 증가액 2조 6000억 원 속에 누리과정 확대 운영에 필요한 추가비용 1조 2000억 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무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의 비용은 중앙정부와 시ㆍ도 교육청이 비용을 일정 비율로 나눠 부담하는 매칭펀드 형태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교육청이 부담한 비용은 38.5%를 지난해에 부담했고 올해에는 67.4%를 부담하였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교육청 부담 비율이 88.5%가 되고 2015년에는 4조4549억 원 모두를 100% 교부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시ㆍ도 교육청은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교부금의 증액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학교 운영비와 교직원 인건비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로는 명목적 증액분이 다 없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ㆍ도 교육청과 지방의회는 누리과정을 ‘추가로 받는 돈은 없고 부담만 훨씬 더 무거워진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기존의 다른 사업비를 줄이라는 요구가 되는 것이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2015년부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100%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난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누리과정의 지원금은 무조건 줘야 하는 지출항목이지만 세금에 의존하는 교부금은 경제사정에 따라 증가액이 들쭉날쭉해 안정적 재정운영에 애로가 있는 것이다.

교과부의 입장은 2014년 이후부터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 교부금이 매년 8.8%(3.5조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지만 지자체의 입장은 경기회복의 근거와 전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 관련 단체들의 입장은 중앙정부가 지방의회와 교육청이 함께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에 3∼5세 무상교육이 무산되어 국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시행해오던 3∼5세 무상교육 확대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국민복자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복지 정책이 정치적 쟁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디 정치적 속셈이나 정략적 속셈으로 진정성이 의심되는 교육복지 정책이 되지 않길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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