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과 성성자
워낭과 성성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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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소나 말의 목에 매달아 두는 조그마한 종을 워낭이라 한다. 워낭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수레를 끌고 갈 때 앞서 가던 사람이나 다른 운반기구들이 소가 뒤따르고 있음을 알리는 경종이 된다.

▶독립영화 ‘워낭소리’는 불과 50일 만에 2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감동을 샀다. 함께 늙어 가는 소와 사람의 잔잔한 일상을 담았지만 관중들은 ‘워낭소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워낭은 주인이 방안에 있어도 소의 동태를 살피는 가장 확실한 가늠자였다. 방울소리로 외부인이 침입했는지, 소가 지금은 여물을 먹는지, 나쁜 해충에 시달리는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워낭은 아니지만 방울을 차고 다니며 자신을 가다듬은 사람도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은 일생을 ‘성성자’라는 방울을 허리춤에 차고 다니셨다. 그는 경의(敬義)사상을 주창했는데 경(敬)은 마음을 밝히는 것을, 의(義)는 밖으로 행동하는 것을 주요철학으로 삼았다. 성성자라는 방울은 항상 마음을 밝혀 경을 이루고자 한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경의 사상은 후에 많은 의병들이 나타나 임진왜란 때 누란의 위기에 있던 나라를 구한 원동력이 됐다.

▶법을 집행하고 질서를 곧추세워야 할 검찰이 돈에 눈이 어두워 뇌물을 받고 피의자와 성관계를 해 말썽이다. 이쯤이면 갈데까지 갔다는 실망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안이 나온다더니 또다시 위장 개혁설이 터져 나와 시끌시끌하다. 곧 발표될 개혁안이 워낭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검사들에게도 남명 조식 선생처럼 성성자를 허리춤에 달게 하면 어떨까.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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