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장 선거 된 경남지사 보선을 우려한다
창원시장 선거 된 경남지사 보선을 우려한다
  • 이은수
  • 승인 201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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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용 (창원대 법학과 교수)
통합 창원시가 경남도지사 보선의 중심에 들었다. 여당 후보는 통합시 청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청을 마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맞서 야권에서는 통합시를 쪼개 과거의 마산과 창원, 진해로 되돌려 놓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같은 초강수 공약이 나온 배경은 경남 인구의 1/3을 차지하는 창원을 잡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도지사 선거 불똥에 창원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선거판이 달아오르자 창원시는 청사 소재지를 조속히 결정할 것을 촉구하는 조례를 시의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창원시의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좀체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열린 창원시의회에서는 ‘광역시 승격 건의안’이 표결 끝에 찬성 24(표) 대 반대 29(표)로 무산되는 등 입장이 갈리며 진통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도지사 후보들의 인기영합적 발언으로 창원시를 흔들지 말라”고 비판했지만, 야권 의원은 “통합 후유증이 심각하다”며 통합창원시를 다시 분리할 것을 촉구하며 맞서고 있다.

경남지역의 첨예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창원, 마산, 진해를 아우르는 통합창원시를 둘러싼 갈등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도청 마산 이전’을 들고 나왔고, 권영길 후보는 ‘창원시 재분리’라는 공약을 제시했다. 홍 후보가 지난달 24일 새누리당 경남지사 보선 경선에 나서면서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내놓아 지난 한 달간 도지사 보궐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하지만 비용과 타당성, 행정절차 등 난관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권 후보는 지난 20일 홍 후보의 공약에 맞불을 놓으며 창원시 재분리 공약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주민투표 발의와 입법화에 난관이 많고 실제로 분리가 될 경우 행정의 연속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홍 후보와 무소속 권 후보는 각각 상대편이 내놓은 ‘경남도청 이전’과 ‘통합창원시 재분리’ 공약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황당무계한 공약이라고 공세를 가하며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이에 도지사 후보가 통합창원시의 미래에 직결되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후보 간 사활을 건 논리대결은 선거기간 내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자칫 결론 없이 논쟁만 남을 공산이 커 유권자들의 혼란도 예상된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는 ‘창원시가 동네북이 됐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선거를 보면 경남도지사 선거인지 창원시장 선거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역대 경남 도지사 선거에서 이번처럼 선동적이며 자극적인 공약대결을 벌인 예는 없었다. 과연 공약이 지켜질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도민들이 많다. 무엇보다 경남 전체를 아우르는 준비된 리더십이 실종된 것 같아 아쉽다.

조선 순조 때의 실학자 혜강 최한기(1803~1877)는 1000여 권이 넘는 저서를 남긴 조선후기의 대표적 실학자 중 한 사람이다. 혜강이 쓴 인정 선인문 편에 ‘천하우락 재선거’(天下憂樂 在選擧)라는 말이 있다.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하면 모든 백성이 평안하나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세상 모든 백성이 근심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라는 뜻이다.

도백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선단식 정책을 발표하고 나중에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로 비칠 수도 있다.

모름지기 리더는 경청을 통해 심사숙고한 뒤 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도민들은 찢고 갈라놓는 갈등의 위정자가 아니라 화합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판을 흔들고 보자는 식의 네거티브 선거는 오래갈 수가 없다. 이번 도지사 보선 구도는 보수-진보 거물급 정치인이 맞붙고 있다. 이 때문에 도민들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중앙정치의 폐단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잖은 상황에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선의의 정책대결을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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