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치고 통곡할 대통령 또 뽑아선 안된다'
'땅을 치고 통곡할 대통령 또 뽑아선 안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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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양자구도 속에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대선을 앞두고 연일 나라가 시끄럽다. 선거전이 점입가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출마한 것도 아닌데 유세 현장에선 두 후보보다 이들이 더 많이 거명되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참여정부 실세였던 점을 겨냥해 ‘노무현 실정론’에다 그를 가둬 두려하고 있고, 문 후보는 ‘이명박근혜’라는 기괴한 조어까지 들이대며 현 정부 실정에 대한 공동책임론으로 박 후보를 때린다. 그렇다면 박은 이보다, 문은 노보다 뭘 잘 할 것인지 답을 해야 한다.

15일 후면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이 정해지는 대선은 미래를 향한 선택을 할 것인가, 실패했던 과거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다. 오락가락한 공약, 말 바꾸기, 네거티브 등으로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득표 전략에 따라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와 달라졌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지 않으려면 보다 분명한 입장과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무담보 공약, 눈속임 허위·과장 가려내야

역대 대선의 공약 상당수가 구색 갖추기나 액세서리 수준으로 사실상 공약(空約)에 가까웠다. 과거 것을 그대로 재탕 또는 남의 당이 내놓은 좋은 아이디어를 그대로 적당히 베껴 발표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둔갑 한 것이 하도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유권자들은 공약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약이 지역과 장소에 따라 변신하는 변심을 무죄로 넘어 가선 안된다. 대책 없는 사탕발림 공약(空約)은 무담보라 찍은 표는 환불 없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눈속임 허위·과장 공약을 가려내야 한다.

국가 재정여건 등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공약을 꼼꼼히 살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다. 올바른 선택만이 정치는 물론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단순히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다고 나라의 주인 된 권리와 도리를 다하는 것은 아니다. 똑바로 알고 제대로 찍어야 한다. 공약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금세 지상천국 같은 복지국가가 될 것 같다. 여야 대선후보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당장 100조~170조원의 돈이 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후보들은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가는 곳마다 지역 선심공약을 쏟아내면서도 재원 등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든 당선되자마자 직면하게 될 현실 문제가 산적하다. 차기 대통령은 모든 난제를 극복,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 청년 실업문제, 100만 비정규직, 가계부채 1000조원 등도 상존한다. 일자리 공약은 요란하지만 지금은 청년실업이 ‘청년고용 빙하기라는 말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우리 경제도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진 상황이다.

수시로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지지도는 지금과 같은 박빙승부 양상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본선 중반의 지금 시점에서 실제 대선판세를 읽으려면 ‘숨은 표와 부동표’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치열하게 전개될 대선 기간 동안 누가 선거의 흐름을 장악하고, 누가 더 지지층을 더 많이 투표장에 끌어내느냐에 따라 최종적 승패가 갈리게 된다. 대선이 안철수 등판, TV토론, 북풍 등 3대 변수와 20~25%를 차지하는 유동표심이 어디로 흐르느냐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는 상황인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국가는 10년 뒤, 100년 뒤를 생각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그런 인물을 뽑아야 한다. 명색이 국정 5년을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들이건만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호소할 것이 그렇게도 없는지 혀를 차게 만든다. 막 오른 선거전이 과거사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정책이 실종된 채 당장 효과가 있다고 보고, 가장 유혹을 많이 받는 것이 네거티브 전략이나 부메랑으로 돌아 올 수 있다. 여야는 남한의 대선을 앞두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려고 우려했던 북한의 미사일 앞에서 싸울 생각을 말아야 한다.

10년, 100년 뒤 비전 제시 인물 뽑아야

이번만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별로 달라지지 않고 5년마다 금도도 없이 되풀이되는 막말수준의 네거티브사태에 실망, 짜증스러워 한다. 어떤 후보든 ‘내가 하면 검증이고, 내가 당하면 네거티브’라고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판단은 국민이 한다. 유권자들은 똑똑히 보고, 새겨듣고, 지혜롭게 판단, ‘땅을 치고 통곡할 대통령’을 또 뽑아선 안된다. 차기 대통령의 조건으로 우선 미래를 말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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