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신뢰 받는 검찰
국민에게 신뢰 받는 검찰
  • 경남일보
  • 승인 201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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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학교 의대 교수)
가로수의 잎이 갈색으로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찬바람이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을 휘몰아친다. 아침저녁으로 찬기운이 역력한 요즘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계절인 것 같다. 항상 주위에는 사건 사고들이 세상을 어지럽고 불안하게 만드는데 이번에는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검찰들이 세상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사퇴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역대 11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특히 한 총장의 사퇴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검찰총장 3명 모두 임명도 되기 전에 낙마하거나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기록을 남겼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현 정부 들어 중도 하차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4명인 셈이다. 검찰 총수의 수난이 꼬리에 꼬리를 문 형국이 되었다. 항상 수장이 사퇴함으로써 책임을 다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또 다른 화를 부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한 총장은 자신의 신임을 묻는 방식을 포기하고 사퇴를 선택하고 사표를 냈고, 이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보여준 최근 일련의 사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검찰을 꾸짖었다고 한다.

이어 “한상대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퇴진하는 것을 계기로 삼아 검찰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시대에 걸맞은 개혁을 추진하는 것만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고, 검찰 스스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총장을 임명한 이 대통령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없었다. 더구나 검찰 내부의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는 동안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정진영 민정수석과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대한 질책도 없었다.

결정적 추가 증거없이 두 번이나 뇌물수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은 ‘범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든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재차 기각당하면서 망신만 당했다. 평소 꼼꼼하고 정밀한 기획수사로 정평이 나 있는 검찰이 스스로 우스운 꼴을 자처하고 나선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추문 파문’이 불거진 이후 해당 검사 한 사람을 구속하는 것을 상징으로 삼아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던 낡은 검찰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발방지 대책을 내기보다는 국민의 여론을 잠재우는데 급급하여 크게 망신을 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검찰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검찰이 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검사가 열악한 환경에서 거의 1~2년마다 지역을 바꾸어 가며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면 모든 구성원들에게 힘을 빠지게 하고 국민들부터 불신을 받게 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검정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가 국민에게 다가오기에는 위압감을 준다고 보여지고 부드럽고 통일되지 않은 복장이 국민들에게 친근감을 줄 것 같다. 검찰의 수장만 바뀌어서는 안되고 문화가 바뀌어야 생각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집단이기에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더욱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고통이 앞으로의 검찰문화를 바뀌는 계기가 되어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검사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올해가 검찰의 새로운 조직문화 탄생의 계기가 된다면 국민들은 검찰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고 죄 지은 자들은 두려워할 것이다. 추운 한겨울에도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아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새롭게 태어날 검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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