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35>
오늘의 저편 <235>
  • 경남일보
  • 승인 201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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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강제로 일으켜 밖으로 나온 형식은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학동으로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만취한 누나를 서울 집으로 데려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여관간판을 보며 형식은 왠지 떳떳하지 못하다는 얼굴로 주춤 섰다. 길에 서 있다간 통행금지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도리 없이 그곳으로 발길을 당겨갔다. 목을 축 늘어뜨린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주절대던 민숙은 이제 조용해지고 있었다.

숨어 지내곤 하던 굴 앞까지 온 진석은 지지대고개마루로 목을 들었다.

‘오고 있겠지? 자고 오진 않을 테니까.’

산새들도 깊은 잠에 빠졌는지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아내의 발자국 소리라도 들려오길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고요함이 휘젓고 만 외로움이 인체 깊숙한 곳에서 회오리쳐 올라오는 바람에 진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민숙을 방바닥에 뉘인 형식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성냥을 당기는 그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애써 그녀를 외면하려다가는 끌려가는 목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돌리고 말았다. 위로 든 오른팔을 귀 옆에 좀 붙여두고 있어서인지 바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고 있었다.

‘누나, 정신 차려! 날 믿지 말란 말이야!’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 형식의 입에서 아픈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지지대고갯길에 올라선 진석은 서울 쪽으로 눈을 고정시켜두고 있었다. 입언저리에 알 수 없는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몰라. 그래. 나도 모르겠어.’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형식은 기어이 민숙이 옆에 드러누워 버렸다.

‘몰라. 나도 몰라. 형한테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을래요.’

눈앞에서 돋아나는 진석의 얼굴을 향하여 형식은 또 중얼거렸다. 민숙의 저고리 속으로 손을 넣으며 눈을 감아버렸다.

서울 쪽으로 한걸음씩 당겨가고 있던 진석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에 휩싸이고 있었다.

민숙의 치마끈까지 풀어버린 형식은 너무 희고 가녀린 그녀의 허벅지를 보며 또 신음소릴 냈다.

그녀는 흡사 죽은 사람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누나 미안해.’

잔뜩 부풀어 오른 아랫도리의 힘에 이끌려 형식은 급히 바지를 내렸다.

‘으, 으악!’

돌부리 같은 것이 발에 차이는 바람에 진석은 앞으로 풀썩 넘어지고 말았다. 콧속으로 훅 빨려드는 흙냄새를 느끼며 그는 까닭모를 공포감에 휩싸였다. 서울로 마구 달려가고 싶은 충동으로 이어졌다.

민숙의 배 위로 올라간 형식은 민숙의 입술에 입을 살짝 붙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인체 본능의 움직임일까. 불현듯 그녀는 두 허벅지 사이를 바짝 붙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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