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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섬 바지락' 웃돈 받고 팝니다[동서남북]사천의 잘사는 어촌 저도(楮島)
이웅재  |  woo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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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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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전경
마을 입구에서 본 마을 광경, 산위에 펜션이 들어서 있다.
행정구역상 사천시 동서동에 편재돼 있는 저도(楮島·일명 딱섬)는 실제 살고 있는 주민이 60명도 채 안되는 작은 섬마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섬 마을은 몇 년전 부터 잘사는 어촌 마을의 모델케이스로 전국에 종종 소개되고 있다. 부촌으로 소문난 마을이다 보니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지사. 최근에는 각박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의 여유를 즐기면서 새 삶을 찾고자 하는 도시민들의 이주 문의가 빈번하다. 그러나 이 마을의 실상을 알고 나면 이주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부촌 저도의 명성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땀 흘려 일군 노동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땀흘려 일하지 않으면 소득이 없는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보석같은 섬으로 재조명 받고 있는 저도를 인근 남해 삼천포 지역민들은 흔히들 딱섬이라고 부른다. 옛날 이마을에는 종이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던 당나무(닥나무의 발음상 표기)가 많이 서식했다고 한다. 당섬이 닥섬으로, 경상도 특유의 경음화(硬音化) 현상에 따라 딱섬으로 불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골냄새 물씬 나는 지명, 딱섬의 주 소득원인 바지락은 땟깔 좋고 맛 좋기로 정평이 났다. 바지락 철인 3~5월에는 딱섬 바지락을 구입하려는 상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상인들이 값을 더 쳐 주고라도 구입하려는 딱섬조개는 알차기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실안 해안도로에서 육안으로도 훤히 보이는 딱섬을 살펴보면 ‘원석을 다듬어서 보석을 만드는 길’이 보인다.

저도 유료낚시터
마을앞에 설치된 유료낚시터에서 몇몇 낚시객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저도는 삼천포항 남단에서 북서쪽에 위치하며, 가까이에 마도와 늑도, 신도가 자리하고 있다. 3만8216㎡ 면적의 저도에는 25가구 6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바지락이란 대표적 산물과 함께 죽방렴멸치, 볼락, 감성돔, 넙치, 도다리, 숭어 등이 주산물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매운탕으로 인기가 높은 불가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섬마을 저도는 실안 해안도로에서 육안으로도 훤히 보여 당장 발만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섬마을은 섬마을, 배를 통하지 않으면 들어갈 길이 없다. 마도를 오가는 정기선을 타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관리선으로 입항하면 훨씬 수월히 들어갈 수 있다. 낚시객과 펜션 투숙객은 언제라도 실안에서 관리선을 타고 입항할 수 있도록 연락책을 두고 있다.

배를 타고 항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저도의 치명적 매력에 빠져든다. 잘 정돈된 항구를 따라 설치된 유료 낚시터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대어의 직감이 절로 드는 낚시터에 안면만 트면 제것 아끼지 않는 섬마을 넉넉한 인심은 각박한 삶을 벗어나 잠시 여유를 만끽하고자 찾아온 도시민을 반긴다. 특히, 봄철 바지락 작업철에는 인사만 잘 해도 맛있는 조개를 맛볼 수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손맛과 함께 싱싱한 회를 지인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낚시객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작지만 강한 어촌마을 저도는 어촌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오늘날 부촌으로 소문난 바탕에는 어촌계의 역할이 크다. 어촌계는 3척의 어장 관리선을 운용하며 소득과 직결되는 마을어장 관리 등 공동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마을의 공동 자산인 어장을 자체 관리하는 실질 운영체인 만큼 가입 조건이 꽤 까다롭다. 마을규약에 따라 가입과 승계가 규정돼 있다. 마을주민 모두가 어촌계원이 아니라는 소리로 현재 이 마을 어촌계는 19명의 주민만 가입돼 있다. 어촌계원이 되면 권한과 의무가 함께 주어진다. 바지락 채취와 선별 등 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해야 하며, 순번제로 야간 초소 당직을 서야 한다. 신규 가입 희망자는 규정에 따라 이 마을에 일정 기간(10년 정도) 거주한 후 소정의 금액을 납부해야 지분에 참여할 수 있다.

저도 발전의 근간에는 천혜의 자원인 바지락의 양산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저도는 다른 어촌마을과는 달리 주민들이 직접 어장을 관리한다. 자신들이 어장을 조성하고 관리하며 생산하는 만큼 과욕은 금물, 2곳의 어장에서 해갈이로 번갈아 가며 바지락을 채취한다. 이 마을 바지락이 고갈되지 않고 꾸준히 양질을 유지하며 각광 받는 이유다. 그리고 마을은 앞 바다에 별도의 바지락 선별장을 마련해 공동으로 작업함으로써 양질의 제품을 출하하는 등 원활한 작업환경으로 품질관리에서도 앞서고 있다.

저도가 이러한 발전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자율관리어업공동체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저도는 2002년 2억8600만원(자부담 1억2600만원)으로 관리선 1척을 건조하고, 낚시터 1개소와 민박시설 2개동을 조성했다. 그리고, 해수면 10㏊에 모패장을 조성하고 종패를 살포했다. 이후 마을은 꾸준한 투자로 현재는 마을 공동작업장과 낚시터 바지 2조를 마련했으며 어장 관리선도 3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매년 증가하는 외지 관광객 수용을 위해 폐교를 인수, 민박시설을 12동으로 증설했다. 또한, 마을 주변 어자원 확충을 위해 치어 방류와 어초 투입 등 바다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을 발전의 1등 공신은 다른 무엇도 아닌 주민 스스로가 흘린 땀이다. 일일부작 일일부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의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부를 일구지 못했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마을 운영현황

펜션
곽영기 어촌계장이 펜션을 가르키며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딱섬은 살고 있는 주민은 적지만 결집된 힘의 역량이 작지는 않다. 마을 공동체인 어촌계를 중심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각자의 일보다는 공동의 일을 우선으로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의 주업인 바지락 양식과 관련해서는 채취 작업에서 부터 관리, 선별 등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다. 외부에 잘사는 마을로 비치는 비결은 이러한 노력의 결정체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이란 시대적 상황이 악재로 다가오면서 마을은 현실 타개책 모색에 들어갔다. 마을일 전부를 나누어서 하는 종전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봉착,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분야별 전문화란 웅용의 묘를 들고 나왔다. 마을의 주업인 바지락 어장과 관련된 일은 종전처럼 어촌계원 모두가 공동으로 참여하되, 별도 소득원인 마을 유료 낚시터와 펜션, 고객 이용 여객선 운항 등을 분리해 한 사람이 맡아 운용하도록 하자는 안이 채택됐다.

연간 1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 저도의 유료낚시터와 펜션을 이용하는 외래 방문객을 수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마을은 본업에 주력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되었다.

저도는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자율관리어업공동체의 성공적 운영으로 다진 오늘을 발판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양식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유료 낚시터의 효율적 운영에 더해 찾아오는 섬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구고령화 등 주위 여건을 고려할때 지금 변화의 틀을 짜야 한다는게 마을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제까지 쌓아온 ‘하면 된다’는 자심감과 ‘성공의지’는 새로운 비젼을 향한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게 한다. 탁월한 자부담 능력은 국·도·시비 보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찾아오는 관광지를 지향하는 저도주민의 소망이 결실을 맺을때 세상은 다시한번 공동체의 힘을 저도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똘똘 뭉친 어촌계가 부촌 비결이죠"
어촌계장 곽영기(43)

어촌계장 1
곽영기 어촌계장이 자택에서 마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남해에서 중2학년때 외가가 있는 이곳에 이사를 왔다. 삼천포에서 학교를 마치고 수산업종에 6년 정도 종사하다가 부친 별세후 이 마을에 정착했다”는 곽영기(43) 어촌계장을 만났다. 곽 계장은 당시 “아내의 만류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부촌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곽 계장은 “부촌이라니요, 무슨 과찬의 말씀을. 억대는 지나친 소리고 연간 소득이 한 5~6000만 원쯤은 될 겁니다. 잘사는 마을의 비결이 따로 있겠습니까. 하면된다는 신념으로 한마음으로 뭉쳐 열심히 땀 흘린 결과지요”라고 말한다.

부촌 저도의 일등공신 어촌계를 이끌고 있는 곽영기 계장은 수수한 옷차림과 같이 대답도 수수하다. 설명이 어렵지 않았고, 어려울 이유도 없었다. 모든 것이 땀으로 일군 결과인 만큼 마을을 한 바퀴만 돌아보면 다 보여지기 때문이다.

곽 계장은 “2개의 마을양식장을 해갈이로 운영한다. 우리 어장을 우리가 관리하니 작은 부분도 손길이 간다. 종패 살포부터 채취까지 전 과정에서 어자원 관리가 이뤄지니 생산성이 좋아지고 경제성도 높다”며 “선순환 구조의 정착으로 안정적 소득원을 마련했다”고 확언했다.

그리고, 곽 계장은 “우리마을은 정부 등 관 지원사업을 유치하면 일정 자부담에 국한하지 않고 마을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마을에 뼈를 묻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 곽 계장은 “관광지 저도에 대한 구체적 추진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개략적으로 볼때 기존 시설을 조금만 손 봐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안데크정비와 펜션리모델링, 유료낚시터개·보수 등으로 휴양 인프라를 조성하고, 강연장 등 시설을 갖추면 지금 보다 관광객 방문이 몇배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사천/이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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