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가 뿔났다
진주가 뿔났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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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설마가 사람 잡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고,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고, 있는 놈이 더한다’는 등의 말·말·말들. 어쩜 그리도 딱 맞는 말인지 시쳇말로 옛말 그른 말 하나 없음을 또 한번 직접 깨닫게 되는 기분 꿀꿀한 요즘이다.

밖에 나가면 온 나라가 대선·보선으로 시끌벅적한 상황에서 의회 안으로는 상임위원회의 업무보고에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한 차기연도 예산안 심의까지, 거기에다 진주정신의 혼이 담긴 우리의 자존심까지 빼앗기게 생긴 일련의 위기사태를 맞고 보니, 나 자신부터가 비상사태임을 선언해 놓고 시시각각 일정표를 조정해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어느 하나 소홀히 생각하고,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중대한 일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그저 정신 바짝 차리고 먼저 주어진 본연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상사태란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이다. 이번 서울시 등축제 관련 사안은 절대로 신사적인 방법이 통할 일이 아니다. 소극적인 방법의 대응은 결코 덕이 되지 않음을 뼈저리게 경험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3년에도 서울시가 11억7000만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또다시 등축제를 열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공식적인 방법을 통한 공개적 문제 제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달 21일 제158회 진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울시는 진주남강 유등축제를 베낀 서울 등축제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진주시와 진주문화예술재단은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시에 항의공문을 보내고 열린 시장실을 통한 우리 시의 입장을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서울시로부터 전해온 반응은 한마디로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재검토는 고사하고 오히려 진주시가 원한다면 내년 서울 등축제 때는 진주남강유등도 참가시켜 주겠다는 식의 답변이다.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이 말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참으로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직접 만나 뜻을 전하는 수밖에. 서둘러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장의 면담요청을 해놓고 상경팀을 꾸려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서울시청에서의 시장면담도, 시의회에서의 의장면담도 서울시 관광정책과장과 비서실장의 면접불가 판단으로 무참히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유인즉 서울시에서의 이런 일은 시장이 꼭 만나야 할 중요한 사안도 아니고 현 시장은 취임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아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고…. 또 한번 내가 발끈하고 분노했던 순간이다.

그동안 우리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대한민국 대표축제로까지 성장·발전시키기 위해 쏟아부은 땀과 노력 그리고 진주남강유등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34만 시민들의 애절한 염원과 희망은 그들의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함부로 생각없이 말하지 말라고, 우리지역 고유의 독창적인 전통문화마저도 거대도시의 경제적 힘의 논리로 그렇게 무참히 빼앗아가려 하지 말라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가 무엇이 그리도 아쉬워서 지방의 작은 도시 진주를 상대로 비난받을 힘 겨루기를 시작하려 하느냐고, 당신에겐 이 일이 사소한 일일지라도 34만 우리 진주시민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중차대안의 일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직접 달려 왔다고….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소리쳐도 원순씨의 담장 높은 유리의 성(城)문은 끝끝내 열리지가 않았다. 원순씨의 모습 또한 볼 수도 없었다. 세상에나, 우린 이렇게 절박한데, 진주시가 이렇게 뿔나 있는데 정작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서울시장은 이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단다. 그렇다면 필자는 이것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지라도 큰소리로 분명하게 다시 한 번 외치고 싶다.

“서울 등축제는 진주남강 유등축제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인자, 고만해도 된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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