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격
부모의 자격
  • 경남일보
  • 승인 201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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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연구원장)
‘부모의 자격’이라니! 요즈음 ‘신사의 자격’ 드라마 이후 대통령의 자격이란 용어가 유행하더니 급기야 부모의 자격이라는 표현까지 보고 대다수의 부모는 의아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녀를 낳아 키우면 그만이지, 새삼 부모의 자격이란 또 뭔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부모의 자격을 되짚어보지 않으면 안 될 계기를 주는 사건이 생겨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며칠 전 우리 사회를 경악케 만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친엄마가 36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사건이다. 남편과의 불화로 몇 달 전 가출한 엄마가 데리고 나왔던 아들을 때리고 밟아 숨지게 한 뒤 미리 준비한 검은 가방에 7㎏, 4㎏짜리 돌멩이와 함께 아이를 넣어 저수지에 버린 것이다. 낚시꾼에 의해 발견된 이 가방 때문에 그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도대체 부모가 아이를 때려 죽게 만들다니, 그것도 모성애가 강하다는 엄마가. 얼마나 아이를 때렸으면 또 어떻게 때렸기에 아이가 죽기까지 할까? 정말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다. 부모라는 존재 자체를 무색케 했던 사건이었다. 사건의 이면에는 엄마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서 비롯된 비뚤어진 모정이 있었다고 한다. 엄마가 아들을 죽인 이유인즉 아들이 평소 많이 울고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데다 음식을 먹으면 자주 토해 한 달 전쯤부터 아들과 함께 죽을 결심을 했으며, 범행 일주일 전부터는 이 같은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한다.

또 남편이 자신과 닮은 아들을 평소에 미워해서 집에 두고 오면 남편에게 계속 학대받을까봐 걱정이 돼 데리고 나왔다고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엄마는 아들이 걱정돼 데려고 왔음에도 정작 사소한 일로 아들을 심하게 때리는 등 모순된 모습을 보였고, 더 나아가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잔인한 행동까지 했다. 이 사건은 한마디로 부모가 부모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부모가 되면 가족과 사회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부모의 자격이라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물질적인 기준으로 보는 부모가 아니라 얼마나 부모답게 자녀들을 잘 양육하느냐를 보는 것이다. 즉 자녀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보호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정서적인 성숙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를 본다는 의미다. 자녀는 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끌고 지켜 나갈 차세대 사회 구성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대로 학대하고 팽개칠 대상이 아니다.

아동학대의 주 가해자로 부모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가해 부모들의 아동학대는 방치, 욕설 등의 정서적 학대, 신체적 폭력 등을 동반한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가 심해지는 양상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대안의 하나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법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물론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 당사자들의 성숙된 부모에 대한 인식개선이라고 본다. 내 자녀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학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 즉 내 자녀이기도 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될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자녀를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때리고, 먹이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되고 미래의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잘 키워야 한다.

성인이 됐다고 무조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충분히 부모의 역할을 잘할 수 있는지, 즉 부모의 자격을 갖췄는지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검증할 수 있어야 하겠다. 부모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자녀들을 낳아 기른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위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어릴 때 학대를 받으며 자라 성인이 된 부모는 또다시 자기 자녀를 학대하는 이른바 ‘학대의 대물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학대의 대물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부모교육’이 범사회적 차원에서 실시돼야 하겠다. 만약 부모로서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정신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미성숙한 개인이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면 아동학대를 비롯한 잘못된 자녀양육으로 대부분 잘못 성장해 또다시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범죄자들이 될 수도 있다. ‘부모의 자격’이라는 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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