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의 정치
말발의 정치
  • 이용우
  • 승인 201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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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기자
제18대 대선이 열흘 남짓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누구에게 걸 것이냐 국민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든 상생하며 소통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4일 열린 대선 첫 TV토론회에 국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정치철학과 비전, 정책공약을 구체적으로 듣고 평가할 수 있는 토론회가 중요한 선택의 한순간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TV를 켜기 전, 국민들은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정책토론에 큰 기대를 모았다. 중산층을 어떻게 복구시키려는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은, 소외계층의 제도적 보완을 선택적 복지에 둘 것인지 보편적 복지에 둘 것인지, 남북문제에 있어 대화냐 사과냐가 먼저인지 등 창과 방패의 대결에 기대가 컸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모든 기대를 산산이 깨버렸다. 각종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1%의 지지율도 얻지 못하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시종일관 주도권을 행사한 토론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마치 들러리를 선 듯한 비현실적인 상황이 토론회 내내 이어졌다.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저격’ 하는 데에만 치중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후보가 이렇게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을 보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론이 가져야 할 본질의 패러다임을 잃고 말았다.

이 후보가 좌충우돌하는 사이, 정작 당선 가능성이 있는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의 우열은 가늠할 수 없어 토론은 실종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뿐만 아니라 야권의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의 존재감이 완전히 묻혔다는 점은 심각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정희 후보의 질문들은 뼈가 있었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고쳐 나가야 할 문제들을 과감히 지적했던 것은 높게 살 필요가 있다. 하지만 토론회 내내 상대에 대한 존중도, 국민에 대한 예의도 사라진 채 적의만이 가득할 뿐인 모습에서 진보가 얻을 것은 무엇인지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더구나 청소년들이 토론의 본 모습을 왜곡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인 채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발의 정치’가 아니다. 박근혜·문재인 양강 대선후보의 정책비전 차이점을 통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택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순간이다. 투표장에 가기 전, 두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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