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38>
오늘의 저편 <238>
  • 경남일보
  • 승인 201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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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혼자만의 돌
무릇 모든 생명의 태어남이 조물주의 손에 달려 있는데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저지를 수 있는 건 당신의 실수일까. 진석은 기어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화려하게 일궈내고 말았다.



태양의 정열적인 애무에 지친 땅은 뜨거운 입김을 훅훅 내뿜고 있었다.

“아주 팔자가 늘어졌구나. 하나밖에 없는 자식새끼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개구멍으로 들어온 여주댁은 오랜만에 보는 며느리에게 시비조로 나무라기부터 했다. 초조한 기색이 역역했다.

“어머니 오셨어요? 어쩐 일이세요?”

살짝 낮잠이 들고 있던 민숙은 난데없는 거친 목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휩싸였다.

“용진이 여기 안 왔니?”

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손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꿰뚫고 있었으면서도 화성댁은 그렇게 물었다.

중학교 삼학년이 된 용진이가 가출해 버린 것이었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아주 높아서 명문고에 들어가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초를 아끼며 공부에 전념해야 입시생이 말없이 집을 나가 버렸으니 여주댁의 속은 지금 말이 아니었다.

“예엣? 용진이가 없어졌어요?”

그야말로 민숙의 동공은 튀어나오고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 아이한테 무슨 눈치를 보인 건 아니겠지?”

여주댁의 불안감은 오로지 한가지 밖에 없었다. 집안 내력을 알아버린 건 아닌가 하는 그것.

“그때가 언젠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용진의 가출을 아들 며느리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시어머니의 속내가 야속해서 민숙은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렇다면 얌전하게 공부 잘하고 있던 아이가 왜 집을 나가니?”

여주댁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목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학동에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녀석이 집안내력을 알아버린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친구들한테 물어보셨어요?”

“친구도 모르고 담임도 모른다는구나. 아이고, 이 일을 어떡하면 좋으니? 대체 이 녀석이 어딜 간 것일까?”

여주댁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투덜거렸다.

“경찰에 실종신고는 했어요?”

“흥, 경찰? 날 아주 정신 나간 늙은이 취급을 하더구나. 손자 교육을 잘못시켜놓은 주제에 제 발로 집 나간 아이를 어디 와서 찾아달라고 하느냐고 지랄을 다하더구나.”

여주댁은 경찰을 실컷 원망하며 덧붙였다. 가출이지 실종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며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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