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빈곤시대에 시집 출간 활기
문학 빈곤시대에 시집 출간 활기
  • 연합뉴스
  • 승인 201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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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문학계에선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출판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시집이 쏟아져 나왔다.

7월엔 민주통합당 의원이 된 시인 도종환의 작품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삭제 권고를 하는 사건이 벌어져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낳았다. 12월 대선을 앞두고는 문인들의 정치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시의 귀환’…쏟아진 시집 = 갈수록 출판계가 깊은 불황에 빠지고 문인들마저 ‘요즘 문학을 누가 읽느냐’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올해 주요 출판사에서 70권에 달하는 시집이 쏟아져 나왔다.

문학과지성사는 올해 김기택, 신용목, 이원, 이근화 등의 시집 14권을 내놨고 창비도 이시영, 백무산, 곽재구, 문태준 등 15명의 시집을 출간했다. 민음사는 이기철, 최문자의 시집 등 8권을 보탰다.

지난해 시인선 발간을 시작한 문학동네는 지난달까지 31권을 쌓았다. 문예중앙 역시 지난해 시인선을 복간한 뒤 올해도 문정희, 유안진, 장석주, 임선기 등의 시집을 한 달에 한 권꼴로 꾸준히 냈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젊은 시인들의 시집 발간 비중이 컸다. 김승일·이우성·김선재·박성준(이상 문학과지성사)·백상웅·이병일(이상 창비)·이은규·김이강·서대경(이상 문학동네) 등이 잇따라 첫 시집을 선보였다.

문학동네와 문예중앙이 시인선 발간에 박차를 가하고 다른 출판사들도 젊은 시인 소개에 힘을 기울이면서 시집의 판매량과는 별개로 시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봉준 문학평론가는 월간 문학사상 12월호에서 “2012년 출판계의 불황과 문학계의 활황이 엇갈리는 교차의 시간을 지나왔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정작 그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고 증언하는 장르인 시에는 묘한 활기가 넘친다”고 평했다.

장편소설도 연이어 쏟아졌다. 올해 김승옥과 함께 등단 50년을 맞은 황석영은 ‘여울물 소리’를 독자들에게 건넸다. 성석제는 ‘위풍당당’과 ‘단 한 번의 연애’를, 은희경이 ‘태연한 인생’을 출간했다.

김영하가 5년만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김연수는 ‘원더보이’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내놨다.

이승우, 전경린, 하일지, 심윤경, 편혜영, 이인화, 백영옥, 정찬, 안보윤, 이응준, 김사과, 천명관, 백가흠, 이신조, 김선우, 김미진 등의 신작 장편도 독자를 찾았다.

윤후명과 이혜경, 최수철, 한강, 박성원, 김애란, 김중혁, 황정은, 손홍규, 김숨 등은 소설집으로 독자를 만났다.

교보문고가 내놓은 올해 도서판매량 통계에 한국소설은 많지 않았다. 판매권수와 판매액 모두 지난해보다 소폭이나마 줄어들었고 판매도서 중 소설의 점유율 또한 2010년의 10%에서 올해 8.9%로 떨어졌다.

종합 100위권에 한국소설은 10권이 들어갔지만 대체로 중하위권이었고 올해 나온 소설은 알랭 드 보통과 함께 기획한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 정도였다

외국소설은 100위 안에 16권의 이름을 올렸고 판매 성적도 한국소설보다는 나았다.

◇‘도종환 시’ 삭제권고 논란…대선 앞두고 문인들 정치행보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7월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시·산문 작품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삭제 권고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작가회의는 삭제 권고 조치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면서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성명을 냈고 보수 성향의 문인들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여기에 문화예술계와 교육계까지 가세하면서 삭제 권고 조치는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9월엔 프랑스 작가 마르키 드 사드의 소설 ‘소돔의 120일’에 대해 간행물윤리위원회가 과도한 음란성과 반인륜성을 이유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출판사 역시 법적 대응 방침으로 맞섰고 출판계에서도 유해간행물 판정을 취소하라고 압박하면서 결국 제재 수위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낮아졌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문인들의 정치적 움직임이 가시화했다. 안도현 시인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신경림, 공지영, 현기영 등이 줄줄이 멘토단에 합류했다.

소설가 조정래도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기 전까지 후원회장을 맡는 등 전면에 나섰고 황석영 역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과정에 앞장섰다.

젊은 작가들은 ‘작가행동1219’를 결성해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과 북콘서트를 열고 제주 강정마을에 평화도서관을 짓겠다고 선언하는 등 ‘현실 참여’에 적극성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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