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다.
죽을 때까지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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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드라마를 한다고 하면 시간을 내서라도 챙겨 보곤 한다. 김수현 작가를 좋아해 알려지지 않은 그의 소설까지 다 찾아 섭렵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 대사 하나하나가 어찌나 맛깔스럽고, 가끔씩 엄마가 내게 던지는 말처럼 정감이 가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가족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기도 하고 또 그 안에서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드라마를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최근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들 또한 가족이라는 연결고리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삼대가 모여 사는 드라마가 딴 세상 속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그들 개개인의 삶은 결국 우리들의 삶을 다시금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요새도 저렇게 권위에 넘치는 아버지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그런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들 세 명을 마당에 불러놓고 다리를 걷어찰 정도의 힘을 지닐 수 있는 아버지가 있을까. 아니, 그런 아버지로 있을 수 있도록 아버지의 자리를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식들이 있기는 할까. 누군가 그럴 것이다. 드라마 속의 자식의 다리를 걷어 찰 수 있는 아버지는 결국 어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슬픈 일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더 많아지고 있지만, 그 중 하나를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내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야기하고, 내게 의논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이야기를 가려서 하거나 어느 순간에는 내 의견을 아버지에게 강력하게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아버지보다 힘의 기울기가 더 커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근데 그 순간 내 마음은 유쾌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부모는 자식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면서 어느 정도는 권위를 가지고 자식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식을 어느 기간까지는 책임을 가지고 의무로서 자식들을 무섭게 키워 사람을, 인간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때 자식들은 부모의 힘의 기울기에 눌려 순종하면서 세상의 규칙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어느 순간 부모와 자식들이 조금씩 의견이 대립되기 시작하고 싸움이라는 것이 시작되어 전쟁이 시작된다. 부모와 자식이 가장 많이 싸우는 시기는 결국 부모와 자식의 힘이 평행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부모들은 자식들이 컸다는 것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어떻게 지를 키웠는데 하는 푸념이 시작된다. 자식들 또한 내가 아직까지 어린아이로 보이냐는 반항을 하게 된다. 그 뒤로 부모들의 힘의 기울기는 서서히 자식에게 넘어가게 되고, 부모들은 적절한 시기에 자식들을 독립시켜야 하는 것이다.

자식의 힘의 기울기가 커지면서부터 자식들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자식으로서의 도리 또한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부모에게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부모 또한 다 큰 자식에게 여전히 퍼주는 것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힘의 기울기가 기울어진 만큼 자식에게 받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공평하다. 부모가 자식보다 힘의 기울기가 셀 때 자식을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면서 반듯하게 키웠다면 부모의 힘의 기울기가 기울어졌다고 해서 부모를 업신여기거나 부모를 무시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자식은 결국 힘의 기울기가 기울어진 부모를 존중해 주면서 부모를 잘 섬기는 도리를 행하게 될 것이다. 부모를 잘 섬기는 도리가 바로 효도(孝道)이다. 효도의 의미는 분명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 또한 달라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부모의 말에 힘을 부여해 주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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