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전 언론인)
일본은 그들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를 끌어들여 일본군 총알받이로 내몰았고 포로수용소 간수 등 악역을 맡게 했다. 그런데 포로수용소 등에 배치된 조선인들 중에는 ‘일본인은 될 수 없지만 2등 국민은 될 수있다’고 착각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출판된 ‘해방 직후 한국 지식인들의 아시아 기행문’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포로나 현지인들을 심하게 괴롭힌 조선인 일본군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동남아국가 도서관이나 정부자료보관소에는 조선인 일본군의 잔학한 행위에 대한 기록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1949년 발행된 안동원의 ‘세계일주’에서는 ‘싱가포르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됐을 때 조선인 간수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며 대신 나를 폭행하는 영국인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잔학한 행동에는 조선인을 이용한 일본군의 책략도 있었겠지만 부끄러운 기록도 역사는 역사다. 그런 역사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우리 입장에서 보면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은 혁력한 전과를 올리고 국가재건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베트남인들의 시각에서는 한국이 남의 전쟁에 뛰어든 가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여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폭동 때 한인 상가들이 집중피해를 당한 것은 흑인들과 중남미인들이 ‘한국인들이 돈은 유색인종들로부터 벌면서 유색인들을 업신여기고 백인들에게는 비굴하다’는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올해 호주에서는 한국인을 상대로 한 원주민들의 ‘묻지마 폭력’이 자주 발생해 한국정부가 호주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폭력의 이유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걱정이다. 아무튼 해외동포나 해외여행 관광객들은 어디에서나 원주민에 대한 우월감으로 그들을 깔보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군림한다고 얻는 것은 없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든 신발을 신지않고 생활하든 그들의 풍습인데 문화가 다르다고 야만적이라고 평가해서는 반감만 살 뿐이다. 약자를 배려할 줄 알아야 진정한 강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언론인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