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 만' 외국인 방문시대에 지역관광은 어디로?
'일천 만' 외국인 방문시대에 지역관광은 어디로?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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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 교수)
‘로마의 휴일’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흑백영화이다. 영화가 나오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게 되고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로마는 관광명소가 된다. 영화를 관람한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의 주인공인 오드리 헵번이 즐겁게 로마를 관광하는 광경에 반해 로마로 몰려들었다. 이 영화가 나온 것은 1953년이니까 60년이나 되었다. 영화가 나온지 오랜 세월이지만 여전히 유럽여행을 소개하는 사이트에는 ‘로마의 휴일’의 영화장면을 따라가는 상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한류’는 브랜드 이미지다

영화 속의 가상현실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의 욕구는 먼 나라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방영된 ‘겨울연가’로 관광객들의 방문러시가 이어졌다. 관광객들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배경이 되는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걸으며 감동을 만끽한다. 그들은 배용준과 최지우가 영화에서 한 포즈 그대로 사진찍기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이른바 ‘한류’로 불리는 한국방문의 바람은 인근 서울의 명동 쇼핑거리에서부터 춘천의 중앙시장 닭갈비 골목에 이르기까지 많은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이러한 한류바람에 힘입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1000만 명이 넘어 연말에는 100만 명을 더할 기세이다. 이를 두고 한류의 덕을 본 것이라 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최근 세계 경기침체로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6년간 2배 정도 외국인 방문객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좀처럼 ‘한류’가 확산되어 스며들지 못한다는데 있다.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방문지는 서울에 국한된다. 그들의 일정은 서울의 고궁을 거닐고 명동에서 쇼핑을 하고 인근 남이섬과 춘천을 둘러보는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은 방문객들에게 외면 받는다. 통계에 따르면 방문객들의 20% 정도만이 부산과 경남을 찾는다고 한다. 어쩌면 ‘한류’의 기운이 미치지 못했다기보다 외면한 관광 소외지역이나 마찬가지이다.

마침 부산과 울산, 경남이 힘을 합쳐 ‘부울경 방문의 해’ 행사를 통해 관광 ‘붐’을 조성해 보려는 소식이 있다. 잘된 일이다. 그렇게 보는 것은 관광사업은 관광요인들이 체계적으로 결합하여 빛을 발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관광사업은 브랜드화 이미지가 있는 명소를 중심으로 음식, 쇼핑센터, 전통문화가 잘 결합돼 조화를 이룰 때 성공한다. 그런 점에서 각 자치단체들의 관계적이고 의존적인 상호협력은 매우 잘한 일이다.

하지만 왜 수년 전부터 ‘방문의 해’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았는가 아쉽다. 준비 없는 방문의 해 행사는 행사로 그치기 쉽다. 내년이 코앞인데 이제야 관광상품 용역 플랜을 실천해서 상품성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할 수도 있고 관광이미지 높이는 행사를 이벤트 정도 행사로 착각하지나 않을까 우려가 된다. 그러다 보니 방문의 해 사업도 주로 관광수요 창출을 위한 중화권 지역 자치단체 관광유치와 지원과 같은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만다. 어쩌면 부울경이 함께 펼치는 공동마케팅 선전으로 북새통을 벌이다가 말까 걱정이다.

새로운 한류는 ‘디테일’이다

물론 ‘로마의 휴일’이나 ‘겨울연가’처럼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행운이 따르면 좋긴 하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금방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류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데 기여했다면 ‘포스트 한류’는 경남의 수려한 경관과 이곳만의 정성이 밴 전통문화를 접하기 위한 방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름다운 산록에서의 인정이 있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잠자리가 아쉬워서 찾아오는 진정한 여행자들을 생각하라. 그들은 최고급 호텔에 대한 기억보다는 ‘잘츠부르크’의 고성의 아담한 정원을 보며 보낸 하룻밤을 추억하고, 일본의 ‘료칸’에서의 정갈한 차맛을 음미하고 작지만 소중한 배려를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여행 중에 가장 소중한 추억이 보태어져 ‘브랜드 이미지’는 만들어진다. 새로운 한류관광을 ‘허’ 하려면 오히려 고즈넉한 산사에서의 하룻밤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해보자. 그곳에는 참선하는 수도승들의 디테일한 삶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참신한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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