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42>
오늘의 저편 <242>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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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내놓은 채 코에서 턱밑까지의 얼굴은 수건으로 죄다 가린 여자가 막 마을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삽사리가 짖으며 따라간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당황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여자를 포착한 삽사리가 당장이라도 그녀를 물어버리고 말 것만 같은 자세로 달려들었다.

때마침 작은 도랑을 발견한 그녀는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개가 물속까지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재빨리 한 것이었다.

삽사리는 도랑둑에서 서성이며 그녀를 지키기 시작했다.

‘저리가. 제발 저리가. 응?’

여자는 콧속에서 컹컹 울리어 나오는 소리로 애원하며 삽사리에게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삽사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다가오는 민숙이와 여자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이제 그만 나오세요.”

민숙이가 먼저 말을 붙였다.

“부탁드립니다. 아기를 좀??.”

여자는 얼굴을 저쪽으로 돌리며 본론을 바로 펼치다간 말꼬리를 흐렸다.

‘설마 이 여자도?’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자를 보면서 도리 없이 나환자라는 점괘를 내고 만 민숙은 기가 막히는 기분이었다.

“물에 계속 서 있을 건가요?”

겉으론 태연하게 말했다.

“개가 물까 봐서요.”

시간을 끈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이 아닐 텐데도 여자는 어슬렁거리고 있는 삽사리 핑계를 댔다.

“삽살아, 앉아있어.”

민숙은 차분하게 말했다. 여자를 향한 동정심과 혐오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 마음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제가 낳은 아기를 버렸겠어요?”

물 밖으로 나온 여자는 민숙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친정집이나 그게 마땅치 않으면 친척집이라도 찾아보아야죠?”

용진을 떠올린 민숙은 타이르듯 말했다.

“나 같은 년한테 친척이 어디 있겠어요?”

울먹이는 소리로 반문한 여자는 아이를 맡아주면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맹세를 해댔다. 얼굴을 여전히 저쪽으로 돌려놓은 채.

“나도 아기를 맡을 형편이 못돼요.”

화성댁은 딱 잘라 말하며 아기를 여자에게 내밀었다. 여자가 이쪽으로 얼굴을 돌릴까봐서 오히려 마음이 쓰이는 눈치였다.

“제발 부탁입니다.”

여자는 아이를 받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버릴 아기를 왜 낳았던 말이오? 아무튼 내 알바 아니오.”

민숙은 아기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몸을 돌렸다.

“자, 잠깐만요?”

여자는 절박한 목소리로 화성댁을 불렀다.

“일없으니 아길 데리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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