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5>
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5>
  • 이은수
  • 승인 201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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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공존 모색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을숙도(乙淑島)는 ‘새가 많고 물 맑은 섬’이라는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어패류가 풍부해 한때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다. 봄과 가을에는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도요새와 물떼새류가 쉬어가고, 겨울에는 낙동강 하류의 삼각주가 얼지 않아 재두루미, 저어새, 제비물테새, 넙적부리도요 등 희귀한 새들을 볼 수 있다. 1966년 을숙도 일대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으나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되고 섬 전체가 공원화되면서 갈대밭이 훼손되고 철새가 줄어드는 등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보호·보존의 목소리는 각종 개발논리에 밀리고 철새도래지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이에 새들이 머무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들의 천국,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둑은 세계적인 희귀조로 알려진 재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및 백조가 찾아와 동양 제1의 철새도래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을숙도 습지는 철새와 갈대, 모래섬, 갯벌 등 다양한 염생식물의 생태계 보고로 유명하다. 을숙도 대교 부근의 녹슬은 이송관에는 수백마리의 갈매기와 가마우지가 줄지어서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며 사진작가들로 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몰운대에서 내려다본 을숙도의 확트인 비경은 쌓였던 스트레스를 일시에 날려버릴 것만 같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윤현식 교육홍보팀장은 “현재 을숙도 하단부에는 을숙도철새공원과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설치돼 생태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을숙도 상단부에는 을숙도문화회관, 낙동강홍수통제소, 물문화관, 하구둑전망대, 체육공원, 야외조각공원이 조성돼 시민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과 보전의 기로에선 동양 제1의 철새도래지

새들은 사람이 다가갈 수록 멀어진다. 하지만 낙동강하구 습지 좌우로 아파트가 이미 즐비하다. 탐조객은 물론 산책하는 주민도 흔히 볼 수 있다. 강위로 비상하는 갈매기는 멀리서 보면 빌딩숲을 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낙동강에 하구 갯벌은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과 강서구 명지동 사이에 주로 발달해 있다. 도심 한복판에 천혜의 습지가 위치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일대는 개발의 도전이 거세다. 강서구에는 녹산공단이 들어선 후 명지일대에 신도시 건설이 급진전되고 있다. 하단역시 주거중심의 베드타운이 형성되며 인구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낙동강 일대에 서식하던 4만여마리의 철새들은 터전을 빼앗긴채 타지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최대 현안 사업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에 대해 반환경적이라며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12일 ‘에코델타시티 발전 토론회’에서 난개발·생태하괴 등을 지적했다.

김승남 일신설계 회장은 “기본 구상단계지만 에코델타시티는 생태와는 전혀 관계없는 도시다. 이곳은 문화재보호구역이라 최소 주변 50∼100m는 개발하면 안된다. 센텀시티나 북항재개발보다 더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혹평했다.

에코델타시티와 관련, ▲난개발 우려 ▲수변에코벨트구축 곤란 ▲전 사업지 성토로 인한 반생태적 사업 ▲녹지율(23.4%)부족 ▲환경개선사업비(45%·2450억원) 부족 ▲기후변화에 대비한 에너지 자립형 도시 비전 미흡 등의 문제점이 제기된다.



◇낙동강 하구둑 개방추진 “주목”

낙동강 물줄기를 막았던 하구둑은 언제쯤 열릴까?

1987년 부산시민들의 식수인 물금취수장과 김해평야에 유입되는 바닷물을 막고 인근 공단의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낙동강 하구가 건설됐다. 하지만 낙동강을 막음으로써 하구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심각한 오염을 피할수 없었다.

이에 부산시는 생태계 복원과 순환을 위해 하구언 개방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시는 이와관련, ‘낙동강 하구 기수역 확대를 위한 학술연구 용역’예산 10억원을 확보해 2013∼2015년까지 3년간 을숙도 등 하구언 일대에 대한 모니터링 등 정밀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하구둑을 개방한 선례가 이미 여러차례 있기 때문에 개방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관련 예산은 상황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낙동강 하구의 물이 인위적인 개입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며 “하구둑을 전면개방하고 시설물은 도로기능만 유지하는데 촛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난 25년 간 새로운 환경이 자리잡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개방여부는 종합적인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공동노력들

최근 환경운동과 함께 울숙도 주변이 많이 변화를 하고 있다. 갯벌에서 부쩍 ‘게’의 모습이 많이 관찰되며, 재첩, 모시조개가 확인되고 갈대숲도 점점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갯벌 보호의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낙동강유역청은 부산시과 공동으로 낙동강 습지에 고구마 등 철새먹이주기·세섬매자기(세모고랭이) 군락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낙동강유역청 신재성 자연보전팀장은 “낙동강 하구언 일대는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삼각주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철새도래지”라며 “우수한 자연 생태자원을 보전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낙동강유역청 이성규 자연생태 전문위원은 이어 “낙동강 하구 주변 갯벌은 수천종에 이르는 수생생물이 서식한다. 습지는 수많은 철새들이 계절을 따라 휴식을 취하러 오는 동식물의 낙원”이라며 “정기모니터링을 실시해 멸종위기종 및 생태교란종(가시박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한편, 불법어로행위에 대해서는 감시·계도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진 자연환경해설사(낙동강하구 생태안내소)

 “갈대숲 자연의 소중함 일깨워”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전시진(59) 자연환경해설사는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을숙도 갈대숲에서 이같이 노래한다.(물론 귀를 쫑긋세워야 들릴 정도의 나즈막한 목소리의 합창이다.) 아울러 신평장림공단을 조성하기 전까지만해도 광활한 습지에는 흰뺨검둥오리가 번성해 낳은 알이 수도 없이 많았다며 ‘낙동강 오리알’의 유래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재밌는 현장학습에 환호하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낙동강 철새 얘기에 주목한다.

낙동강하구 생태안내소에서 자연환경해설사로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전시진씨는 자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눈높에 맞는 해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근래에는 KNN방송이 제작한 환경다큐멘터리 ‘위대한 비행’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먼저 그의 사무실에 들렀다. 각종 서적과 목각으로 만든 솟대 새·지게·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딱따구리 등이 즐비했다. 옆에는 기타도 놓여있었다. 이에 “하루에 찾는 사람이 많게는 2000명에 달한다. 눈이 똘망똘망한 아이부터 습지를 예찬하는 시인은 물론 세계적인 철새 사진작가 얀반드 캄(네덜란드)까지 다양한 계층과 호흡하기위해서는 효과적인 소통의 도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근 조근한 어조로 말하던 그는 환경보전쪽으로 대화가 흐르자 눈빛이 빛났다.

특히 신항만 건설로 낙동강 하구의 물길이 급속도로 차단되어 가는데 대해 안타까워 하며 “개발과 보전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곳은 새들의 땅이다.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배려하지 않으면, 결국 새들은 인간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 해설사는 끝으로 “하구둑 주위의 염분이 지나치게 높아 새섬매자기 등 새들의 먹이가 고갈될 수 있다. 새의 특성에 맞게 갯벌의 수위도 맞추는게 중요하다. 염분을 낮추는 노력과 함께 수문의 수위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사진=황용인기자


 
※이 기사는 경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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