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43>
오늘의 저편 <243>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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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숙은 뒤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아주머니, 제 낯짝을 좀 보세요. 이런 상판을 하고 어떻게 아길 키울 수 있겠어요?”

여자는 힘든 결정을 했다는 듯 볼멘소리로 한탄했다.

“일없다니까?”

아예 관심이 없다는 듯 민숙은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 내심으론 여자의 얼굴에 눈썹이 없거나 돌기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보세요? 제 얼굴이 어떤지.”

씩씩대며 민숙이 앞으로 달려간 여자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홱 벗어던지며 얼굴을 딱 들이댔다.

“으, 으, 으악!”

콧날도 콧대도 없이 콧구멍만 팥알 모양으로 뚫려 있는 상대의 얼굴에 놀란 민숙은 하마터면 뒤로 벌렁 나자빠질 뻔했다.

“죽었으면 죽었지 이런 낯짝을 제 아이에게 보여줄 순 없습니다. 아주머니, 제발 부탁합니다. 예?”

여자는 민숙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꼴을 해 가지고 아긴 왜 낳았어요?”

무조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던 민숙은 앞뒤 없이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처음엔 아기가 생긴 줄도 몰랐어요.”

“뭐라고요?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요?”

민숙은 아예 호통을 쳤다. 임신인 줄 알았더라도 내놓고 지우러 갈 수 없는 여자의 처지가 눈에 너무 잘 보였기에 화가 나고 있었다.

정작 민숙은 여자에게도 분명히 있을 그 가족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다 나환자에게 침을 뱉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가족만은 그러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직업상 어쩔 수 없었어요.”

여자는 민숙의 호통을 고마워하며 노골적으로 훌쩍이고 있었다.

“여기서 직업이 왜 나와요?”

민숙의 뇌리에 뭔가 이상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겠어요? 줄줄이 동생이고 가진 거라곤 몸뚱이밖에 없는데??.”

여자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 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허헛! 뭐?

말문이 막혀버린 민숙은 여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환자인 주제에 몸을 팔았단 말인가?’

급기야 민숙은 여자의 눈앞에서 진저리를 쳤다.

“보따리장사를 하던 홀어머니는 몸져누웠죠, 동생들은 배고프다고 울어대죠, 큰딸인 제가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었겠어요? 14살 때 남의 식모살이를 시작했어요. 타고난 팔자가 더러워서였는지 남의집살이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주인아저씨인지 개자식인지한테 몸을 더럽히고 말았어요. 주인아주머니한테 있는 머리칼 없는 머리칼 다 집어 뜯기곤 결국 쫓겨나고 말았어요. 그때부터 술집을 떠돌아다나면서 이 남자 저 남자한테 몸을 팔았어요?”

신세한탄을 늘어놓던 여자는 그러다 결국 성병에 걸려 버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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