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브글로벌 불화수소가스 누출 사고의 교훈
(주)휴브글로벌 불화수소가스 누출 사고의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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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지난 9월 27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날 오후, 구미 제4산업단지에 있는 (주)휴브글로벌에서 근로자 부주의로 불화수소가스가 누출되었다. 초동 대처가 미흡하여, 액화 불화수소가 유독 가스로 바뀌어 바람을 타고 인근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 사고로 공장 직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지역주민 1만2000여명이 건강검진을 받았다. 주변의 논밭은 누렇게 변했고, 가축도 콧물을 흘리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약 3주 뒤 10월 15일, 독일 하노버 인근에서도 근로자 부주의로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진행상황은 우리와 너무나 달랐다. 사고가 발생하자 공장 측은 직원 250명 전원을 즉시 대피시켰다. 화학사고 전문가와 소방관 1000여명은 사고 원인물질에 적합한 방제장비를 갖추고,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처했다. 지역주민 1800여명은 피해범위 밖으로 대피했다.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렸고, 인근 고속도로는 통제됐다. 하루 만에 사고를 수습하고, 지역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 왔다. 사상자는 단 1명도 없었다. 독일과 우리는 화학제품 생산량이나 기술 수준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와 같은 차이를 만들었는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사고 발생 이후 두 달이 넘게 지났지만, (주)휴브글로벌 불화수소가스 누출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10월 8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된 이후 민·관 합동으로 환경 및 건강영향조사를 진행 하고 있고, 554억원 규모의 피해보상도 진통 끝에 11월 27일에야 시작되었다. 구미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광양에 세우려던 불산 제조공장 건립 계획도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 때문에 취소되었다. 화학공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다른 지역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의 화학산업은 규모와 외형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성장했으나, 안전 관리나 지역사회와의 소통 측면에서는 이에 미치지 못하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삼아 화학산업도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매슬로우(Maslow)의 “인간 욕구 단계 이론”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에 이어 ‘안전에 대한 욕구(Safety Needs)’가 두 번째 단계에 있다. 그만큼 ‘안전’은 모두에게 본능적으로 중요하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매슬로우의 이론을 통해 그 책무의 막중함을 더욱 더 잘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고자 한다. 우선 철저한 사전대비가 필요하다. 화학물질이 유통되는 전과정을 유기적·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의 관리실태 점검도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에 화학사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비상대응 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이는 주기적으로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자가 인근 주민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지역주민의 알권리(Right to Know)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화학사고가 발생 했을 때 대응체계도 개선이 필요하다. 유독가스가 대기 중으로 퍼져 나간 이후에는 수습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초동대처가 중요하다. 응급환자는 ‘골든타임(Golden Time)‘ 이내에 치료를 해야 효과가 있다. 화학사고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3개 기관으로 분산된 역할을 환경부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화학사고 전담기관을 구축하여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할 것이다. 불가피하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조속히 복원하고 적정한 수준으로 보상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제도정비를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자세한 백서로 남겨,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함과 아울러 화학사고 관련한 매뉴얼도 차제에 전면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이번정부, 다음정부가 다를 수 없으며, 여야, 중앙정부, 지자체 간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관련 법률을 빠른 시일 내 정비하고, 내년도 예산에 화학사고 관련 예산을 추가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자체와 민간도 합심하여, 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능력을 한 단계 높여 보다 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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