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라고 말하지 마세요
"운이 좋아서" 라고 말하지 마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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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희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
“올해 자격 연수자 예상 분포표 보니 교감 승진할 가망성이 없네요. 경력 20년이 제 발목을 잡습니다. 운명인가 봅니다”라고 선배한테 문자가 왔다. 참 씁쓸하였다. 교직과 학생에 대한 열정이 그 누구보다 강하고 30여년 교단에 바친 공로로 보면 그 누구보다도 교감승진이 빨라야 할 선배이기에 그렇다.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우리 교육계에도 변화의 바람은 어김없이 분다. 다양한 교육 정책들과 함께 교감승진 규정도 여러 차례 변화를 맛보았다. 교감승진을 하려면 다양한 요소를 갖추어야 하고 경력과 벽지를 근무한 점수는 그 중에서도 백미이다. 경력점수 만점이 되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25년이었는데 20년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승진규정상 25년, 30년, 25년, 20년 이렇게 널을 뛰다보니 덕을 보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내게 문자를 주신 선배는 전자의 경우에 해당되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흰머리가 희끗거리는 나이가 되면 초등학생을 가르치기에 미안하다고 자책하거나 학부모들이 나이 들었다고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경우도 있어 승진대열에 들어야 하는 나이쯤이면 딜레마에 빠진다.

그래서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이면 40~50대의 평교사는 대개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나도 쉰이 되는 올해, 겨우겨우 교감자격 연수를 받았다. 운이 좋아서가 절대 아니다. 같이 연수받은 연수생 중에는 후배가 반이 넘는다. 내가 아는 후배들은 “운이 좋아서 교감자격 연수를 받게 되었다”고 겸손 아닌 겸손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그 후배들이 발령받던 당시, 승진규정이 바뀌어 적용되는 바람에 벽지로 발령을 받았고 20년 세월이 흘러 그들에게 은혜라도 내리듯 경력 연한이 5년이나 내려와 선배들보다 빨리 승진하게 되는 기회가 온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라는 표현을 가장 싫어한다. 물론 머피의 법칙도 싫어하지만 “운이 좋아서”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을 더 싫어한다. 행운이 내 편을 들어 준 적도 별로 없었을 뿐 아니라 무임승차한 사람보다 열심히 한 사람들이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내 마음속에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행운은 내 것이 아니니 항상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근무하고, 배우고, 준비를 해 두자.‘ 그랬더니 차곡차곡 쌓인 커리어로 널뛰는 승진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후배들과도 함께 연수를 받게 되었다. 이맘 때쯤 자신의 진로고민으로 찾아오는 교단의 후배들에게도 내 마음속의 신화를 꺼내어 들려준다.

사랑하는 후배님! 행운보다도 힘이 센 것은 노력과 열정이더라. 행운이 주는 황금마차를 얻어 타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힘을 길러 내 손으로 황금마차를 불러보자. 어때?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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