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 부동층의 선택
서부경남 부동층의 선택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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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객원논설위원,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진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는 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다가온 지금도 누구를 찍어야 할지 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최근 한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마음이 끌리는 후보가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이후 여러 선거를 경험해 오면서 이번처럼 선택의 어려움을 겪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육군 사병으로 만기복무를 필한 그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기는 성실한 납세자이며 평소 철저한 교통법규 준수 등 모범시민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세상사에도 일상적으로 꽤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편이다.

이러한 B씨에게 선거철인 요즘 세상 분위기는 상당히 불만스럽다. 우선 사람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면 다소 어색해지는 등 선거로 인한 불편한 인간관계가 싫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좋은 점을 적극 얘기하면 될 텐데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데만 열중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어리석은 행동인 것 같다. 그리고 경쟁의 무대가 되어야 할 선거판을 전쟁터 분위기를 끌어가서 후유증을 남기는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란 좀 과격한 생각이 들 때도 간혹 있다. 따라서 친구들을 만나도 선거 얘기는 가능한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B씨는 자신이 중도이며 부동층이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그가 보기엔 많은 사람들이 이슈에 따라 보수적이기도, 진보적이기도 하고 많은 경우 중도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선거에서 사람들을 단순하게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 불만스럽다.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신념인지 이익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념이나 정치적 신념을 얘기하면서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선거에서의 갈등이 주로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선거 분위기에서는 자신을 비롯한 부동층이 완충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도 되었다.

특정 후보의 공약 중에서 어떤 것에는 끌리고 또 다른 공약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 같은데 공약을 보고 판단하라는 것도 혼란스럽다. 그가 보기에 공약을 제대로 보고 또 꼼꼼하게 따져보면 선택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도지사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경남인지라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뒤섞여 공약이 자신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서부경남 발전공약에는 당연히 특별한 관심이 간다.

도청 제2청사 건립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 반갑긴 하나 지역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지도 않는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창원이 광역시가 되어 도청이 진주로 이전하는 시나리오는 매우 자극적이다. 사천에 항공우주 클러스터가 자리 잡으면 서부경남 전역에 혜택이 돌아온다고 하니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믿고 기대해 본다. 그렇지만 선거 때마다 서부경남을 위한 공약이 나오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그 결과는 언제나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 한다.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B씨로서는 적대감이든 이해관계이든 나름대로 생각이 고착되어 흔들리지 않는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 차라리 편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특정 후보를 너무 무리하게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 그 후보에 대한 끌림이 사라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지역의 교수들을 비롯해서 평소에는 공적 문제를 두고 잠잠하던 사람들이 선거 때만 되면 갑자기 포럼 등의 이름을 걸고 나서는 것도 선거 후의 과실을 기대하는 계산된 행동으로 보여 보기에 좋지 않다.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도 B씨는 아직 뚜렷하게 끌리는 후보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 늦어도 오늘 밤까지는 결정을 할 생각이지만 별 의미 없는 선택보다 불참하는 것이 오히려 소신 있는 행동일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자식들에게 투표에 불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고 스스로도 뭔가 마음이 불편해서 투표장에는 갈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드는 후보보다 덜 싫은 후보를 선택해야 할 이번 선거이지만 자신과 같은 부동층이 사실상 판세를 결정할 것이라고 하니 내일 투표하는 보람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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