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상화 평가
어느 초상화 평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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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경남도교육청 장학관)
주원장은 25세에 뜻을 세워 40세에 중국을 통일하고 71세에 숨을 거둔다. 안휘성 봉양현 태평향 고장촌에서 태어나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황각사 행각승이 된다. 원말 난세를 틈타 의병에 가담해 진우량, 장사성 등의 남북 군웅을 제압하고 원을 멸망시킨 후 천하를 거머쥐며 장장 280여년에 달하는 대명 왕조시대를 열었다.

주원장은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된다. 그는 다음 세대에 안정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엄격한 국법과 가혹한 형벌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해 많은 공신을 죽인다. 공포와 불신만이 가득한 군신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 황태자 표는 신하들을 의심하고 죽이는 일을 그만두라고 청한다. 그러자 주원장은 가시가 잔뜩 박힌 막대기를 가져오게 해서 집어 보라고 한다. “가시 때문에 잡을 수 없습니다”고 하자 “표야! 너를 위해 가시를 말끔히 잘라내 주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니라. 어째서 그 뜻을 몰라주느냐?”

또 정부의 권위와 기본적 국민윤리에 대한 인식이 사대부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에까지 퍼져 있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에서 ‘육유’라는 것을 반포하여 “부모에게 효도하라, 웃어른을 공경하라, 자식들을 바로 가르쳐라, 이웃끼리 화목하라, 각자의 직무에 충실하라, 옳지 않은 일을 옳다고 하지 마라”를 각 동네마다 매월 여섯 번씩 전체 동민들이 모여 낭독하도록 했다.

유일하게 그를 ‘주중팔’로 부를 수 있는 황후가 죽고 이어 심약하지만 성군의 자질을 갖춘 태자마저 저 세상으로 먼저 간다. 그는 개국공신으로서 역모에 가담되어 처형된 집안의 후손으로 ‘소청’이라는 여식 아이와 말벗 삼아 쓸쓸한 노년생활을 하고 있다. 소청을 무릎에 앉히고 방금 끝난 자신의 초상화에 대하여 묻는다. 주원장은 노안으로 거의 실명 상태였다.

“이번에는 이 할아비를 닮았느냐?”

“첫 번째 그림은 너무 착하게 그렸고, 두 번째 그림은 너무 무섭게 그렸거든요.”

“저 두 그림은 모두 이 할아비가 맞다. 사람은 무서울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단다.”

앞의 그림은 미간이 넓고 눈썹이 짙으며 둥글고 큰 눈, 부드러운 시선 처리를 하고 팔자수염으로 인자하게 보인다. 더욱 노란색 곤룡포를 입어 온화한 인상이다. 나중 그림은 매의 눈에 광대뼈가 튀어 나오고 미간에 주름이 굵어 두개의 혹이 붙은 듯하다. 붉은색이고 용을 수놓은 곤룡포를 입어 위엄이 넘치며 사납게 보인다.

어린이는 그대로 보고 말을 한다. 반면에 어른은 주관에 의하여 판단하고 말한다. 평가자가 객관적이고 조화로운 바탕에 터를 한다면 이면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청은 초상화를 ‘착하다, 무섭다’로 마음에 우러나는 소감을 말하고 주원장은 오랜 인생 경륜에서 평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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