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6>
생명의 젖줄,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6>
  • 이은수
  • 승인 201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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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낙동강 해평습지
 

경북 구미 낙동강 해평습지 하중도 전경사진.

 
경북 구미시 낙동강 해평습지는 새들의 먹이활동에 필요한 낙동강의 풍부한 유량과 다양한 수변생태계 및 배후에 넓은 평야가 있어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재두루미·고니·오리류의 중간기착지 및 월동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해 300여마리의 두루미가 찾던 새들의 낙원은 4대강 사업 등으로 습지환경이 변하자 철새들의 숫자가 급감해 지역사회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최근에는축산농가가 급증하여 해평습지 인근 논에서 벼를 추수한 후 볏짚단을 곤포사일리지로 가공하여 대부분 회수하면서 먹이공급 공간이 대폭 축소된 것도 잠재적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먹이주기 등 철새보호운동과 함께 철새들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겨울 철새들의 낙원 해평습지

창원에서 자동차로 2시간 여를 달려 해평습지에 도착했다. 먼저 하중도를 둘러보기 위해 강둑을과 맞닿아 있는 수자원공사 대구관리단을 통과했다. 마침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철새 먹이를 주기 위해 현장에 나왔다. 우리 일행은 보트를 타고 호반의 낙동강을 가로질렀다. 강안에 있는 섬, 하중도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수심이 깊어 배를 이용해야만 한다. 눈 앞에는 서너마리의 고니가 물을 박차고 칠곡보 방향으로 힘차게 날개짓을 했다. 무리지어 휴식을 취하던 청둥오리들은 인기척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옮겨다니기도 했으나 멀리가지는 않았다.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하중도에는 어느새 나무와 갈대가 우거졌다. 숲에는 멧비둘기가 많았다. 상공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종으로 지정된 흰꼬리수리가 활공을 하며 먹잇감을 찾고 있다. 수자원공사 입구 소나무에도 큰 수리 한마리가 내려 앉으려다 지키고 있던 까치에 쫓겨 체면을 구겼다. 또한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참매(천연기념물 제323호·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를 보는 행운을 안았다. 수자원공사 입구 소나무에도 황조롱이가 내려 앉으려다 지키고 있던 까치에 쫓겨 체면을 구겼다.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소속 직원들이 경북 구미 낙동강 해평습지내 하중도에서 철새들에게 먹이(낟곡)를 주고 있다.
 


큰나무에는 맹금류가 즐겨 앉는다. 섬에는 고라니는 물론 삵도 산다고 한다. 따라서 덩치가 큰 철새들은 강가에서 경계를 하며 주로 쉰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철새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갈대를 제거하려고 했으나 왕성한 번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중도를 빠져나와 인근의 강정습지(생태하천)를 둘러봤다. 강가에는 300m에 달하는 원형 운동장(다목적 광장)·유채꽃밭·샛강·전망쉼터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둔치에 자전거타는 사람만 한 둘씩 보일 뿐 인적이 드물었다. 해질무렵에는 어미 고라니 한마리가 우리와 마주치자 쏜살같이 들판으로 달아났다.

◇하늘을 뒤덮었던 그 많은 철새는 어디로 갔을까?

해평습지의 두루미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올해 해평습지를 찾은 두루미는 흑두루미 960마리와 재두루미 116마리 등 1076마리다. 해평습지 두루미는 2008년 3153마리에서 2009년 2374마리, 2010년 1187마리, 2011년 1446마리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1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올해까지 계속 줄었다.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원형이 완전히 훼손된 해평면 해평·문량리 앞 낙동강변 해평습지 일대가 희귀철새 집단도래지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 학계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평습지는 1998년 재두루미 39마리가 독극물이 든 먹이를 먹고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희귀철새 집단도래지임이 확인됐다. 이곳에는 매년 10~12월, 3~4월이면 서식지인 시베리아와 월동지인 일본을 왕래하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등 세계적인 희귀철새 수천마리가 찾았다.

낙동강 정비사업은 희귀철새들의 도래지 변화를 불러왔다. 정비사업으로 모래톱이 사라지고 그곳에 인공섬인 하중도(河中道)가 설치됐으나 이 곳을 찾는 희귀철새들은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

새박사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하중도만 덜렁 설치돼 있을 뿐 주변 강물의 수심이 깊어 철새들이 먹이를 구할 수 없다. 강물은 굽이 굽이 돌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인위적으로 강을 펴고 수심을 높이다 보니 새들로 부터 외면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
 


◇두루미 다시 찾도록 습지 환경 개선 “박차”

대구지방환경청은 구미시와 공동으로 구미습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철새먹이 주기, 습지환경 조성 등 철새유인책을 펴고 있다.

철새의 유인을 위해 수시로 먹이를 하중도나 모래톱에 뿌려 주고 있다. 대구청은 2주에 한번식 낟곡 100kg(한국환경공단에서 선박 및 보트 지원)을, 구미시는 매주 1회 50∼100kg의 먹이를 철새에게 준다. 여기에는 사회적기업(구미 삼성전자 등)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 겨울에는 볍씨(낟곡) 및 옥수수 등 1000kg, 미꾸라지 6000마리를 제공하며 철새도래지 명성을 회복하는데 힘을 보탰다.

아울러 대구청은 생물다양성계약 체결면적을 매년 확대(고아, 해평, 산동 등 해평습지 인근지역)하고 있다. 2007년 5.4ha(2000만원)에 불과하던 생물다양성계약 면적은 2012년 42.5ha(8500만원)까지 늘려 보리·밀·호밀 등을 경작해 철새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결과, 최근들어서는 철새들이 다시 늘 조심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낙동강 정비사업 이전에는 1년에 최대 2000마리 이상의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해평습지에 도래했으나 공사기간 중에는 1000마리를 조금 넘었다. 낙동강 정비사업이 완공된 첫 해인 올해는 7일 현재 860마리가량이 찾은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65)교수는 “최근 낙동강 구미시 구간을 찾는 흑두루미는 80%가 해평습지 인근, 20%는 감천 모래톱에 도래하고 있다. 낙동강 정비사업이 완공된 올해가 해평습지 일대가 희귀철새 집단도래지로 계속 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분기점이다. 먹이주기 등 철새보호운동을 적극 펼쳐 철새들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청 지연환경과 권태근 과장은 “이번 처럼 한꺼번에 100여마리 이상 날아온 것은 해평습지 일대의 생태환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해평, 강정 등 구미 일대의 습지환경을 개선하는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습지환경을 개선하고 먹이주기 등을 통해 철새의 보고로 만들어 구미습지의 명성을 되찾겠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 오경석 팀장(자연환경과)은 희귀철새의 집단도래지였던 해평습지에 철새가 줄어든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전했다.

오 팀장의 새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철새먹이를 주러온 이날도 국방색 점퍼를 입고서 카메라도 새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천으로 덮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보트 역시 새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운행을 자제하도록 했다. 더욱이 그의 카메라를 다루는 실력은 수준급으로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낙동강에 날아든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는 시베리아 남동부, 몽골, 만주 등지에서 번식하며 따뜻한 일본에서 월동하기 위해 구미를 찾고 있습니다.”

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오팀장은 생태작가처럼 줄줄 꿰찼다.

그는 “감소한 흑두루미·재두루미 등 겨울철새의 도래 개체수를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NGO·전문가·지역주민·관계기관 등으로 구성된 ‘해평습지 생태계 건강성 회복 지역협의회’를 운영중”이라며 “야생동물 보호감시원을 채용하여 서식환경 위해요인 감시활동 및 철새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불법엽구 수거 및 환경정화캠페인 등 철새 서식환경 개선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들이 안전을 위협받지 않도록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법적 규제지역이 아니므로 낚시를 하거나 해평습지를 무단으로 출입을 하여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1998년 구미시에서 해평습지 일원을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오다 2010년 6월 1일 지정 해제(760ha)했다. 이후 주민들의 반대와 지자체의 개발욕구 등으로 재지정 가능성이 낮은 상황을 개탄한 것이다.

오팀장은 마지막으로 “겨울철새의 보호를 위해 서식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위해요인 제거 및 지자체의 개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철새서식환경을 개선하고 철새 유지를 위해 재산상 피해를 보는 지역주민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 일본 이즈미시의 모범사례같이 지역사회와 철새가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이은수·사진=황용인기자 eunsu@gnnews.co.kr


※이 기사는 경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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