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전 언론인)
‘진주에 제2도청을 건립하겠다’는 여야 도지사 후보의 공통 공약은 성사여부를 떠나 진주시민까지 반응이 냉담한 공약으로 취급되고 있다. 제2도청을 세운다면 진주시민들이 크게 반길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그 공약을 기뻐하는 분위기는 진주에서 그리 크게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노인들 중에서는 “도청을 부산에 빼앗긴 뒤부터 퇴락하게 된 진주의 묵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 중반까지만 해도 서부경남뿐 아니라 마산 통영 고성 등 중남부경남까지 진주 영향권에 속해 있었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진주가 영남의 중심도시였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던 진주사람들로서는 도청을 부산에 뺏긴다는 것이 사활이 걸린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진주시민들은 연일 반대시위를 벌였고 진주에 살던 ‘이시이 다카이케’라는 일본인은 할복자살을 했고 진주의 자존심을 건드린 부산의 신문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도청 제2청사뿐만 아니라 당선자는 가는 곳마다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밖에도 미래형 부품 클러스터, 항공산업 생산기지, 해양플랜트 산업기지, 내륙철도, 연륙교, 고속도로, 케이블카 등 갖가지 공약을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도지사가 공약을 제대로 지키려면 경남도 전 예산을 공약에 쏟아부어도 모자라고 경남의 농업용지 절반은 개발해야 한다. 포기할 것이라면 빠를수록 좋다.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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