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공약은 재검토해야 한다
졸속 공약은 재검토해야 한다
  • 강동현
  • 승인 201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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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전 언론인)
대통령 후보 공약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여야 후보 공약 중에도 ‘어떻게 하면 득표에 도움이 될까’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급조된 느낌을 주는 것이 많았다. 여야 후보의 간판공약이랄 수 있는 도청 이전이나 진주 제2청사 건립만 해도 그렇다. 창원의 현 도청부지를 매각하거나 그 땅에 도심개발사업을 하고 마산으로의 도청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마산사람들의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지역간 심각한 마찰을 빚고 예산확보가 어려워 성사될 수 없다는 게 도민 여론조사 결과다.

‘진주에 제2도청을 건립하겠다’는 여야 도지사 후보의 공통 공약은 성사여부를 떠나 진주시민까지 반응이 냉담한 공약으로 취급되고 있다. 제2도청을 세운다면 진주시민들이 크게 반길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그 공약을 기뻐하는 분위기는 진주에서 그리 크게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노인들 중에서는 “도청을 부산에 빼앗긴 뒤부터 퇴락하게 된 진주의 묵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 중반까지만 해도 서부경남뿐 아니라 마산 통영 고성 등 중남부경남까지 진주 영향권에 속해 있었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진주가 영남의 중심도시였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던 진주사람들로서는 도청을 부산에 뺏긴다는 것이 사활이 걸린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진주시민들은 연일 반대시위를 벌였고 진주에 살던 ‘이시이 다카이케’라는 일본인은 할복자살을 했고 진주의 자존심을 건드린 부산의 신문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경남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진주시민들이 크게 반길 것으로 예상하고 제2도청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그러나 “도청 전체가 온다면 환영하겠지만 2청사 운운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일반 시민이 도청갈 일이 있느냐”, “직원 수십 명이 상주할 2청사 건립에 1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예산낭비다” 등등 비판적인 얘기도 들렸었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새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진주 제2도청 건립’은 도지사의 약속으로 확정된 셈이다. 그렇지만 당선자는 공약이라고 밀어붙이기보다는 신중한 검토 후 추진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이행치 않는 것보다 못한 약속은 비판과 비난이 따른다 해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청 제2청사뿐만 아니라 당선자는 가는 곳마다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밖에도 미래형 부품 클러스터, 항공산업 생산기지, 해양플랜트 산업기지, 내륙철도, 연륙교, 고속도로, 케이블카 등 갖가지 공약을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도지사가 공약을 제대로 지키려면 경남도 전 예산을 공약에 쏟아부어도 모자라고 경남의 농업용지 절반은 개발해야 한다. 포기할 것이라면 빠를수록 좋다.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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