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본 2012 대선
여성의 눈으로 본 2012 대선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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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여성연구소장)
제18대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번 대선은 제도정치의 불신과 새정치의 열망에 기인한 안철수 현상과 더불어 초박빙의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었다. 선거국면에서 단일화 논쟁, 경제민주화, 안보 및 이념문제, 세대차이, 네거티브 선거 등 여러 가지 쟁점이 있었지만 여성의 눈으로 2012년 대선과정을 정리해 본다. 우선 이번 선거는 등록된 7명 후보 중 여성후보가 4명으로(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기는 했지만) 역사상 최다 여성후보가 등록했고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킨 선거였다. 오랫동안 여성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통설이 있었고 정치는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이번 대선의 최다 여성후보와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여성이 지방정치뿐 아니라 중앙정치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선거기간 새누리당 박근혜 측에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제기했는데 이는 ‘여성 대통령론’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주장해 온 여성계는 보수적인 여당의 여성후보의 등장을 환영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고, ‘여성 대통령’과 ‘여성주의 대통령’은 같지 않다고 보았다. 원로 여성운동가 등을 중심으로 여성계 인사 130명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으며 경남지역 여성계도 지난 14일 비슷한 입장에서 ‘1219인 여성선언’을 발표했다.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 대통령’과 ‘여성주의 대통령’이 양자택일식 이분법으로 확연히 구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쟁구도에 아쉬움이 있었고, 실제로 유권자의 선택이 어떠했느냐에 대해서는 좀 더 엄밀한 분석이 있어야 하겠지만 여성문제와 사회문제를 보는 의식과 시각이 여성들 간에도 차이가 있고 다양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여성비하 관행과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여전했다. 유력 대선주자가 여성이었기에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여성비하 논란이 많았다. 같은 당 이재오 의원의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자의 ‘결혼 안 한 여자’, 연세대 황상민 교수의 ‘생식기 발언 파문’이 있었다. 11월에는 유신체제를 풍자한 홍성담 민중화가의 ‘출산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 그림’의 논란도 있었다. 후보 쪽을 살펴봐도 가요 ‘샤방샤방’을 개사한 박근혜 후보의 로고송에는 ‘아름다운 근혜 모습, 너무나 섹시해’ 등 성희롱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고, ‘가부장적’이란 여성계의 비판을 받아 철회를 했지만 문재인 후보 측은 특전사 시절의 이미지와 함께 ‘대한민국 남자’를 선거전략으로 사용하려고도 했었다. 희생담론과 모성신화를 떠오르게 하는 전통적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문재인·박근혜 후보 모두 종종 사용했다는 점도 여성의 눈으로 생각해볼 문제다.

끝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후보가 많았고 ‘여성 대통령’을 제기한 후보가 있었는데도 여성 이슈와 여성정책이 중요하게 제기되지 않았다. 우선 전통적으로 여성단체가 연대해서 해 왔던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토론회’가 후보자의 불참으로 개최되지 못함으로써 여성 이슈가 부각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마지막 3차 양자 TV토론에서도 여성 이슈는 저출산과 보육문제 등과 관련하여 간접적으로만 간략히 언급되었지 여성 일자리와 경력단절, 비정규직 여성, 성폭력·가정폭력 문제, 여성의 대표성 확보 등 구체적인 여성의 현실과 관련해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여성의 지위가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여성 이슈의 주변화는 여전하며 여성들 간의 의식과 이해가 다양하다는 점은 이번 대선과정에서도 잘 나타났다. 후보들마다 강조했던 ‘국민통합, 새정치, 민생정치, 국민행복시대’의 실현을 위해서는 성평등과 여성문제가 주변화돼서는 안 된다. 이제 대선은 끝났고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됐다. 그러나 ‘여성 대통령’을 제기한 박근혜 당선인이 정치역정에서 실제적으로 여성을 위해 한 일이 별로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양한 여성들의 욕구를 반영한 구체적인 여성정책을 만들고 실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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